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들이 총기를 난사한다. 이미 컬럼바인의 고등학교와 버지니아의 대학에서, 그리고 <엘리펀트>와 <볼링 포 콜럼바인>과 같은 영화에서 체험했던 상처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미국만의 상황은 아닌 듯하다.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제10회 서울청소년국제영화제 상영작 <클래스>는 에스토니아의 영화감독 일마르 라그가 연출한 작품이다. 컬럼바인의 총기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미국에 있었던 그는 바로 <클래스>의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후 바로 옆나라인 핀란드에서 비슷한 사건을 접한 뒤 영화화를 결심했다. <클래스>와 함께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를 돌면서 그가 얻은 반응은 한결같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일마르 라그 감독은 여기에 더해 “어느 시대에나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내가 처음 가졌던 질문은 20년 전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마약문제 때문에 디스코파티 같은 행사가 열리지 않을 뿐 나머지는 달라진 게 없더라.”
<클래스>가 묘사하는 교실의 폭력은 한국과 비교해도 익숙하다. 책을 숨기고 욕설이 담긴 쪽지를 보여주는 등 사소한 괴롭힘부터 틈만 나면 학교 뒤 공터로 불러내거나 매일 아침 린치를 가하는 등의 잔혹한 풍경까지 그대로다. 영화는 왕따문제에 대한 학교의 형식적인 관심과 부모의 잘못된 관심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일마르 라그 감독은 이런 폭력의 가장 큰 책임은 “지켜보기만 하는 동료학생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폭력을 당하는 학생들이 먼저 고통을 자기 문제로 가둬놓는다. 선생님과 부모가 먼저 알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중요한 역할은 다른 학생들에게 있지만, 그들도 무관심하게 반응한다. 나 역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어쩌면 <클래스>는 그 시절, 무관심으로 치부한 친구들에게 보내는 사죄의 편지일 수도. 그는 “<클래스>를 본 학생들이 자기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좀더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