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부르는 천사> Windman 쿠아트 아크메토프 | 2007년 | 98분 | 러시아 | 현대 러시아 장르영화 특별전
폭풍이 거센 어느 날, 카자흐스탄 농가의 낡은 헛간으로 날개가 부러진 늙은 노인이 떨어진다. 이 집에 살고 있는 소년은 얼마 전, 베일을 쓴 낯선 자의 얼굴을 본 뒤 죽을병에 걸린 상태. 신기하게도 ‘천사’의 등장으로 소년의 병은 씻은 듯 완치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노인이 불길하다는 미신에 빠져 있으며, 관료들은 신비로운 힘을 가진 노인을 자신들의 탐욕스런 목적에 이용하려 눈독을 들인다. 노인을 믿고 돌봐주는 사람은 오직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 소년과 그의 부모뿐이다. <바람을 부르는 천사>는 초현실적인 사건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한바탕 소동을 그린 유쾌한 관찰기다. 날개를 단 노인의 등장은 갑작스럽고 비현실적이며, 그의 정체는 불명확하다. 쿠아트 아크메토프 감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순수함과 믿음의 정도에 따라 노인의 정체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음을 알려준다. 시나리오작가로 이름을 알려온 감독의 전적답게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비판이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카자흐스탄의 민속음악이 흐르는 황량한 풍광 속, 시대를 한참 벗어난 인물들의 복장과 만화 같은 캐릭터는 풍자와 해학이 곁들여진 영화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훌륭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