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이길 수 없을 게 뻔한데도 두눈 질끈 감고 적진에 돌진하는 용기 혹은 만용. 광복을 고작 두달 앞둔 1945년 6월15일, 동경. 젊은 조선 남녀가 댄스홀에서 동경시청장을 암살하려 한다. 주동자는 김건우, 그리고 윤하민이란 조선 이름을 감춘 채 댄스홀을 운영하고 있는 이토에 사토. 댄스광인 동경시청장을 댄스 파티에 초대한 다음 폭탄을 터뜨리려는 계획을 세운 이들은 댄스홀에 맥주를 배달하는 강대웅에게 무엇을 넣었는지 함구한 채 폭탄 든 가방을 맡긴다. 그러나 일본 형사에게 쫓기고 있던 김건우와 우연히 마주친 강대웅과 그의 친구들, 정윤철, 정기철 형제는 가방의 정체를 알게 되고, 곧 목숨을 건 암살 작전에 휘말린다. 치명상을 입은 김건우가 숨을 거두자 그의 일본인 아내 나츠카 역시 임신한 몸을 이끌고 이들에 합류한다. <청춘, 18 대 1>은 폭탄 테러와 댄스 파티를, 찰나의 청춘과 덧없는 죽음을 똑같은 열정으로 묘사하는 연극이다. 인물들이 극렬히 감정을 토로하고 사랑, 형제애, 애국심 같은 가치를 공들여 찬양하는 이 신파극이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과장된 대사에서도 어딘지 모를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이리라. 끔찍이도 살고 싶었지만 ‘18 대 1’보다 지독한 싸움에 뛰어들고야 만 이들의 삶은 윤하민 역의 김은실, 나츠카 역의 이진희, 순자 역의 김진아, 취조관 역의 오찬우 등 배우들의 고른 연기에 힘입어 더욱 눈물겹게 다가온다. <호야 好夜>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실종사건> 등을 쓰고 연출한 극작가 한아름, 연출가 서재형 콤비가 다시 한번 힘을 합쳤다.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중 두 번째 작품. 마지막에 밝혀지건대, 배우들의 댄스에 리듬을 불어넣고 시의적절하게 웃음과 눈물을 뽑아내는 음악은 놀랍게도 밴드가 라이브로 직접 연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