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딜런은 사라졌었다. 그가 밴드 월플라워스를 만들어 명반 ≪Bring Down The Horse≫를 내고, 거기서 싱글커트된 <One Headlight>가 록역사상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 치켜세워졌던 게 1996년이다. 다들 아비만한 아들이 나왔다고 기특해했다. 그런데 영광은 금세 사라졌다. 제이콥 딜런은 월플라워스의 이름으로 네장의 앨범을 더 냈으나 첫 앨범과 같은 성공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금세 또 아비만한 아들 없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제이콥 딜런의 첫 번째 솔로앨범 ≪Seeing Things≫를 듣다보니 피는 못 속인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곡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만 특히 8번째 트랙 <Something Good This Way Comes>가 9번째 트랙 <On Up The Mountain>을 거쳐 마지막 트랙 <This End Of The Telescope>로 당도하는 마지막이 참 좋다. 월플라워스의 팝적인 멜로디를 걷어낸 제이콥 딜런은 기타 한대와 목소리만으로 아버지의 뿌리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움을 발현해냈다. 밥 딜런은 더이상 거기에 없다. 하지만 제이콥 딜런은 거기에 있다. 아임 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