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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스타일로 유혹하는 리얼리티쇼 열전
구혜진 2008-07-17

트렌디한 싱글 여성 4인 등장하는 미국산 <더 힐즈>와 한국산 <필 더 그루브>

<더 힐즈>

<필 더 그루브>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힙걸’들에 대한 관심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스타일 교과서’로 불리는 <섹스 & 시티> 이후 <가십걸> <립스틱 정글> 등 비슷한 컨셉의 프로그램들이 세대를 달리해가며 속속 재탄생하고 있는데, 이들은 환상의 궁합으로 인정받은 4명의 싱글 여성의 인물 구도를 유지하고 변함없이 ‘스타일’을 화두로 내세워 여성 시청자를 유혹한다. 최근에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드라마가 아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변주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변화다.

미국의 인기 TV시리즈 <더 힐즈>는 시즌1이 MTV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전파를 탄 지난 6월로부터 고작 한달 뒤인 7월11일 시즌2로 다시 찾았다. 패션업계를 다루기 때문에 화려한 패션이 등장하고, LA를 무대로 한 덕분에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힐러리 더프, 패리스 힐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AREA’, ‘LAX’ 등과 같은 유명 클럽을 엿볼 수 있는 게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평범한 20대 여성 4명이 꿈의 도시 LA로 들어선 순간부터 치열한 전쟁이 예고된다. 휘트니와 로렌은 패션잡지의 수석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같은 야망을 지닌 채 <틴 보그>의 인턴으로, 파티 마니아 하이디와 모델 지망생 오드리나는 패션의 1인자 자리를 두고 서로 경쟁한다. 시즌2에서는 제멋대로의 성격인 하이디가 주요 인물로 부상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특히 하이디와 로렌은 남자 한명을 두고 사랑싸움을 본격화하면서, 각본에도 없는 진솔한 모습을 카메라 앞에 낱낱이 드러낸다. 일과 사랑,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은 비록 겉보기에는 화려할지라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평범한 20대란 점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미국에 <더 힐즈>가 있다면 국내에는 Mnet의 <필 더 그루브>가 비슷한 흐름을 형성한다. 클럽이란 독특한 장소를 주무대로 하지만, 이들 역시 패션과 트렌드에 관심 많은 20대 여성이란 점에서 미국의 그녀들과 다르지 않다. 화려한 외모의 클러버 4명을 통해 그동안 미국 드라마에서나 접했던 클럽과 파티 문화가 이미 서울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이들의 행동반경을 좇다보면 홍대 클럽들의 연합 파티인 ‘넥스트 플로어’, 미국의 힙합 가수 DMC, 서태지가 등장하는 ‘ETPFEST’ 등과 같이 대규모의 공연도 덩달아 즐길 수 있다.

‘4차원’ 나유미, ‘클럽 초보’ 한지은, ‘톰보이’ 전선혜, ‘전직 모델’ 조혜경과 같이 네명 모두 캐릭터가 분명하기 때문에, 단지 클럽에서 노는 모습을 비추는 데 끝나지 않고 서로 캐릭터가 충돌하는 과정을 담아내면서 재미를 끌어낸다. 방영된 지 한달여가 흐른 현재 “된장녀들”, “환락적이다” 등의 비난도 눈에 띄지만, 앞으로는 이들이 파티의 컨셉을 정하고 섭외, 홍보, 협찬 등의 전반적인 파티 기획에 직접 나서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시킬 계획이다. 아마추어인 이들이 프로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맨손으로 부딪치는 모습과 더불어 화려한 파티 이면에 숨겨진 험난한 과정이 얼마만큼 설득력있게 표현되느냐가 관건이다. 나유미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클럽 하면 퇴폐적이란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술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춤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MTV, 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