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의 웨슬리

<플래닛 테러>의 레이

-와아. 고만고만하시군요. =웨슬리: 기자분도 고만고만하긴 마찬가지신데요 뭘. =레이: 그러게. 근데 첫 인사부터 고만고만하다니. 사람을 고만고만하게 보는 모양이군.

-아이고 그럴 리가 있나요. 평소 멀대 같은 한국 남자배우들만 만나다보니까 저랑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고도에서 거주하는 분들을 뵙는 게 너무 반가워서 그랬습니다. =레이: 거참. 또 고만고만이래. 그 표현 왠지 기분 나쁘네. 고만고만한 고도에서 고만고만하게 거주하니까 고만고만한 게 좋냐? 좋아? 난 고만고만한 기자양반이랑 고만고만하게 같은 공기 마시면서 살기 싫은데. 웨슬리. 이 기자양반 어쩔까. 다리 두개만 톡 부러뜨리면 우리랑 다른 고도에서 거주할 수 있으실 거 같은데. 기자양반. 고만 살고 싶냐? =웨슬리: 거참 형. 왜 그래. 죄송합니다 기자님. 이 형님이 알고보면 군바리 출신이라 성질이 좀 불같아요.

-아이고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시다는데도 계속 같은 표현을 쓴 제 잘못이죠. 제가 들어도 기분 나쁘겠어요. 고만고만이라는 표현은 이제 고만 쓰겠습니다. 그나저나 프로필을 보면 웨슬리씨 키가 170cm, 레이씨 키가 168cm라고 적혀 있던데 직접 뵈니까 더 작은 듯하네요. 푸훗. 프로필 나이랑 키 속이기는 한국이나 거기나 비슷한 듯? =레이: 아놔. 이 기자새퀴. 니가 재봤어? 니가 재봤냐고? =웨슬리: 어허. 참으라니까요 형.

-아이고 그게 아니라요. 이게 다 반가워서 그러는 거라니까요. 오해 마시고 열 좀 식히십쇼. 제가 여러분을 모시고자 한 이유가 뭐냐면요, 키 크고 팔다리 쭉쭉 뻗은 남자들만 판치는 작금의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게 아담한 신장으로 액션 영웅이 되신 걸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절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제가 쌈 잘하는 남자주인공한테 감정이입해본 건 <슬램덩크> 송태섭 이후로 <원티드>랑 <플래닛 테러>가 처음이라니까요. 게다가 안젤리나 졸리, 로즈 맥고완처럼 늘씬한 미녀들 사랑도 독차지하시고. =레이: 한심한 양반. 남자는 키로 말하는 게 아니라니까. 체리 달링이 왜 나한테 반했겠어. 처음부터 끝까지 체리 달링을 아무 이유없이 무작정 마구 미친 듯이 사랑해줬기 때문에 그런 거지. 그거 알지?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남자는 역시 순정이야 순정.

-꺄아. 멋져요 멋져! 그나저나 레이씨는 그 가죽코트 어디서 사셨어요? 제가 키도 작고 팔다리도 짧아서 도대체 맞는 가죽코트를 구할 수가 있어야 말이죠. 한국에는 남자 사이즈 S랑 XS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신장 파시스트 사회라니까요. =웨슬리: 이쪽도 키 작은 남자한테 별로 좋을 건 없지만 그 동네는 좀 심하군요. 미국은 갭 키즈(Gap Kids)도 있는데.

-갭 키즈요? 웨슬리씨… .아동복을…. =레이: 웨슬리. 너… 아동복을…. =웨슬리: 아동복이 어때서. 질 좋고 값싸고 게다가 요즘 아동복은 디자인도 성인이랑 똑같아요. 뭐가 어때서.

-흑. 그래요 그래요. 이해합니다. 여하튼 그거 아십니까? 한국에서는 키 작으면 경찰도 못해요. 경찰공무원 채용기준이 키 167cm거든요. 어떤 결혼 정보업체는 키 168cm가 넘지 않는 남자는 가입을 불허한답디다. 키 작으면 경찰도 못 되고 결혼도 못한다는 건가요. 아놔. 게다가 요즘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 청소년 성장 클리닉이랍니다. 키도 정상인 애들을 데려와서는 성장 호르몬 좀 놔달라고 한다더라고요. 애들이 안 크면 수술도 한다던데. 다리 뼈를 잘라서 쇠를 집어넣는다던가. =레이: 아예 다리를 잘라서 M16을 꽂는 게 어때. 키 작다고 놀리면 책상에 손을 짚고 교실을 한 바퀴 돌면서 다 갈겨버리게 말이야. =웨슬리: 형님. 아무리 그래도 그런 컬럼바인적 사상을….

-그나저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봅시다. 두분 안젤리나 졸리랑 로즈 맥고완이랑 키스할 때 왜 키가 같은 거죠? 비밀이 뭡니까. 3단 밑창? 아니면 사과 궤짝에 올라서서 찍으셨나? =레이: (달려들며) 도저히 안 되겠다. 오늘 너랑 나랑 끝장을 보자. =웨슬리: 형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제 암살할 사람을 무작위로 선정하는 우리 공장의 방직기계가 내놓은 이름이 뭔지 아세요?

-에? 뭔데요? =웨슬리: (씨익 웃으며) 김…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