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사진을 보며 얼핏얼핏 영화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르네 뷔리의 사진을 보면서는 <밀양>이, 아바스의 작품에서는 얼마 전에 본 <해프닝>이 연상되었다. 내가 스릴러나 공포영화를 좋아해서인지 <매그넘 코리아展>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사진은 사실적이기보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것들이다. 특히나 알렉스 마욜리의 사진은 거의 다 맘에 들었다. 독특한 피사체의 선택, 암부가 많은 강한 콘트라스트, 콜라주의 형식을 도입한 신선한 표현 방법 등이 시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도 임팩트가 있는 사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총 434장의 작품 중에 당신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사진은 과연 어떤 것일지….
ⓒAlex Majoli / Magnum Photos / 유로포토-한국매그넘
이탈리아 사진가인 알렉스 마욜리의 콜라주 사진으로 강한 플래시 광을 중심부에만 발광시키고 의도적으로 주변은 어둡게 만든 사진을 두장 병렬 배치시킨 작품이다. 작가의 주관적인 메시지가 표현 형식의 변화와 맞물려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Gueorgui Pinkhassov / Magnum Photos / 유로포토-한국매그넘
프랑스 사진가 게오르기 핀카소프가 부산 해운대를 촬영한 사진. 망원 렌즈로 원경의 바다와 근경의 신호등과 사람들을 배치하고 신호등의 붉은 색감과 화면 전체에 감도는 회녹색의 색감으로 바닷가의 음울함과 평범한 일상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Rene Burri / Magnum Photos / 유로포토-한국매그넘
스위스 사진가인 르네 뷔리는 패턴이라는 틀로 한국의 도시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교회 창문에 비친 나무와 십자가를 중첩시켜 현실적인 공간을 극도로 단순화시켜 추상적인 느낌의 화면을 표현해냈다.
ⓒAbbas / Magnum Photos / 유로포토-한국매그넘
아바스는 주로 종교에 관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이란의 사진가로 제주도 유채꽃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수학여행 온 학생군상을 멀리서 넓게 화면에 담았다. 최근의 영화 <해프닝>과 중첩되며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이 사진은 평화로운 한때가 왠지 모를 공포로 다가온다.
ⓒAlex Majoli / Magnum Photos / 유로포토-한국매그넘
알렉스 마욜리의 인상적인 사진으로 한편의 초현실주의 그림이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마치 불가항력적인 어떤 힘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자동차의 행렬인 듯 보이는데 시각적으로 신선하고 충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