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이 완성되기까지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 설리번이 최종 완성되기까지 아티스트들이 시도했던 다양한 디자인안들.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컨셉 드로잉 -> 마켓 제작 -> 3D CG애니메이션화 작업’이 무한 반복된다. 다시 말해 최종 확정된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선택 가능성이 있다면 실물화하는 작업이 뒷받침되는 것. 1~3번의 마켓들이 바로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 무수히 만들고 버려진 여러 버전의 설리번 중 일부다. 4번 이미지는 최종 확정된 캐릭터의 외양 위에 여러 종류의 털을 입혀본 아트워크. 5번은 <몬스터 주식회사>의 감독 피트 닥터가 아티스트들에게 던져준 최초의 캐릭터 컨셉 아트다. 킴 도노반의 설명에 따르면 이 단순한 펜 그림을 기초로 무수한 설리번이 시도되었는데 모두가 “바로 이것이야!”라고 합의한 디자인이 결국은 이 컨셉 아트와 가장 닮은 것이었다고.
<인크레더블> 콜라주 아트
컨셉 아트워크는 모든 애니메이션에서 필수이지만 반드시 한 가지 수단으로 완성되진 않는다. 파스텔화, 아크릴화, 크레파스와 수채화의 혼합, 연필 데생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수단으로 아트워크를 작업할 것인가는 종종 그 영화의 성격에 맞춰서 정해진다고 한다. <인크레더블>의 경우 픽사가 선택한 방법은 종이 콜라주였다. 영화 속 캐릭터들을 표현한 위의 컨셉 아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색깔의 부위가 모두 다른 색의 종이로 오려 붙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시회장에서 직접 이 작품들을 보면 콜라주가 주는 기발한 느낌이 더욱 생생히 다가온다.
캐릭터 스터디
사람마다 글씨체가 다르듯 아티스트마다 그림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떻게 하나의 캐릭터를 같은 그림체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위의 사진은 아티스트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캐릭터 스터디 이미지다. 이 이미지 하나로 <벅스 라이프>의 주인공 필크의 크기가 나뭇잎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 손바닥의 느낌은 어떠하며 더듬이의 움직임은 어떤 스타일인지, 관절은 어떻게 움직이고 컬러는 부위별로 어떻게 변화시킬지 등을 약속하게 된다.
하나를 보는 다양한 시각
스크립트 초기 단계에서 아티스트들은 영화의 구체적인 비주얼 스타일을 구상한다. 통일된 수단과 스타일을 결정하기에 앞서, 아티스트들은 각각 자신만의 수단을 동원해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게 된다. 1~4번은 <라따뚜이>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스타일의 장면 아트워크들. 동일한 작품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티스트들마다 서로 다른 개성과 안목으로 작품의 컨셉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5~7번은 <몬스터 주식회사> 당시 아티스트들이 간단한 트리트먼트만 읽고서 저마다 상상하며 그려냈던 영화의 배경들이다. 역시 작가마다 수단과 스타일이 다르다.
컬러 스크립트
컬러 스크립트(colorscript)는 말 그대로 컬러로 된 스크립트다. 스토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들을 하나의 연결된 그림으로 스크립트화한 작업물을 뜻한다. 컬러 스크립트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작업방식이 아니고 픽사 내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산물이다. 존 래세터가 <토이 스토리>를 작업하던 당시, 아티스트 랠프 이글스턴이 영화를 한눈으로 볼 수 있도록 주요 장면들을 뽑아 연결된 그림을 그려냈던 것. 이를 보고 존 래세터 감독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며 그 뒤 모든 작업에서 컬러 스크립트 제작을 관례화했다고 한다.
곤충의 눈에 비친 세상
<벅스 라이프> 제작 당시 픽사 제작진이 주요 과제로 삼았던 것 중 하나는 손톱만한 크기의 곤충이 바라보는 세상의 이미지였다. 제작진은 풀숲에 높이 10cm, 굵기는 연필 정도 되는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그 시야에 들어오는 풀숲의 풍경을 반복해서 관찰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사실 중 하나는 나뭇잎을 통해 햇빛이 투과되면서 반대편으로 그림자가 비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위의 이미지는 바로 그런 성질을 그림으로 연습해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