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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합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탄생 과정
박혜명 2008-07-10

<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 설리반을 탄생시킨 최초의 스케치가 보고 싶은가? 그 위에, 야근으로 인한 아티스트의 커피 얼룩까지 덩그러니 남아 있다면 어떨까. <픽사 애니메이션 20주년 기념전>(PIXAR展 IN SEOUL: 20 Years of Animation)은 <토이 스토리>(1995)에서 <라따뚜이>(2007)까지, 미국 픽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들의 바로 그런 흥미로운 탄생 과정을 공개하는 전시회다. 오는 7월2일부터 9월7일까지 약 두달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게 될 이 전시회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드로잉을 비롯한 각종 컨셉·스크립트 아트워크, 마켓(marquette: 3D애니메이션 데이터 작업에 필요한 캐릭터 조형물), 미공개 단편 등 총 650여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05년 겨울 뉴욕을 시작으로 런던, 도쿄, 에든버러, 멜버른, 헬싱키를 거쳐 도착한 전세계 7번째 행사로, 전시 규모가 가장 크다. 이유는 투어 기간인 3년여간 픽사의 장편 개봉작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관객은 오는 7월31일 국내 개봉을 앞둔 <월·E>의 아트워크들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관객은 존 래세터의 초기 단편들도 직접 볼 수 있다. <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등 픽사 장편들에 밑그림을 제공한 3D애니메이션 단편들이 전시기간 동안 상영된다. 킴 도노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픽사의 3D 초기 기술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또 대형 와이드스크린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2D 작업물들이 생생한 사운드와 함께 3D로 살아 움직이는 신기한 영상물도 준비돼 있다. 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의 픽사 스튜디오를 찾아가도 볼 수 없는, 이번 전시 투어만을 위한 메뉴다.

픽사의 역사는 1984년 루카스필름의 CG부서로 출발한 팀을 1986년 스티브 잡스가 10만달러에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햄버거 케첩 얼룩, 귀퉁이가 찢어지고 종이가 반 접힌 자국, 아티스트의 심심풀이 낙서까지 그대로 남은 채 자료들이 공개되는 사연은 무엇일까. 줄리엣 로스 아카이브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은 픽사 아카이브가 한명의 직원에게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토이 스토리>도 만들어지기도 전, 프로덕션 어시스턴스(연출부)로 일하던 어느 디즈니 광팬 스탭이 “우리도 언젠가 디즈니처럼 될지 누가 알아?”라며 동료 아티스트들의 스케치북과 노트, 휴지통을 뒤적거리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카이브 담당자는 농담처럼 “지금도 우리는 말없이 휴지통 비우는 일을 제일 무서워한다”고 덧붙였다. 야근과 농담과 실패의 흔적들까지도 가감없이 공개되는 픽사 전시회를 지면을 통해 살짝 엿보기로 하자.

사진제공 (주)코카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