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가 1994년에 내놓은 앨범은 타이틀이 없다. 대신 멤버들 사진이 실려 있는 커버의 배경이 파란색이라 ‘블루 앨범’이라 불린다. 2001년작 역시 타이틀이 없고 배경이 초록색이라 ‘그린 앨범’이라 불린다. 두 앨범 사이에는 7년이라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두 앨범의 공통점은 위저의 가장 커다란 성공작이라는 거다. 그리고 가장 위저다운 앨범들이라는 거다. 그 사이에는 뭐가 존재하느냐. 꽤 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그렇다면 위저가 (그 사이의 고만고만한 앨범들은 일단 좀 무시하고) ‘그린 앨범’으로부터 7년 만에 ‘레드 앨범’을 내놓은 건 또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앨범을 거는 순간 딱 느껴진다. 자식들. 이번 앨범은 자신있구나. 모던록차트 1위에 오른 흥겨운 첫 싱글 <Pork And Beans>로 막을 열어젖히는 레드 앨범은 전반적으로 위저답다. 소극적인 격렬함과 적극적인 위트가 모범적으로 버무려진 범생이들의 펑크랄까. 한 가지 슬픈 일이 있다. 리드 싱어 리버스 쿠오모가 일본어로 리메이크한 보아의 <메리크리>(メリクリ)는 일본판에만 수록된단다. 리버스 쿠오모에게 보아의 <넘버 원> 보내기 운동이라도 해야하는 건가. 아. 원더걸스의 <텔미>는 어떨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