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출범 이후 이 나라 정치문화에 나타난 독특한 현상은 도처에서 목사들이 설친다는 점. 대통령이 장로라 그런가? 목사들이 기고만장해졌다. 장로는 목사의 아래. 그러다보니 장로에게 훈수 두며 마구 국정에 관여하고 싶나보다. 어용목사들의 푸닥거리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이 나라를 신정(神政)으로 되돌려버린 느낌이다. 고려 말의 신돈, 제정 말의 라스푸틴. 이게 다 망조가 든 나라의 특징이다.
그 선두에 선 인물이 바로 추부길 목사. 홍보기획비서관으로 근무하는 그는 청와대 주위에 믿음의 장벽을 둘러놓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청와대 밖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들은 사탄. 어느 모임에서 이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땅 위에서 아우성치는 사탄의 무리를 제쳐두고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과 소통하고 계신다.
그에 못지않게 극성스러운 분이 바로 뉴라이트의 김진홍 목사. 이 분은 가끔 청와대에 들어가 직접 예배를 집전하기도 한단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 관해서는 “가난한 사람만 정치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 대운하에 관해서는 “안 하면 대통령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라고 했던 분이다.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눈 역시 곱지 못하다. 그의 명의로 나간 신문광고에 따르면, 촛불집회는 “거짓말쟁이들의 난동”이라고 한다.
증세가 양호하지만, 서경석 목사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 6월10일 그는 서울 시청광장에서 ‘법질서 수호 및 한-미 FTA 비준 촉구’를 위한 맞불집회를 열었다. 그걸로도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얼마 전부터는 매일 청계광장에 나와 촛불집회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물어보니, 집회신고도 안 했단다. ‘법질서 수호’를 외치던 분들이 불법집회를 하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세 목사가 이명박에게 ‘올인’하여 아예 정치권으로 들어갔다면, 교회 안에 머물면서 외곽에서 이명박 정권을 엄호하는 목사들도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이 터프 가이는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 검찰, 기무사, 국정원을 동원해 빨갱이들을 잡아들이라”고 촉구하면서, “그러면 (촛불집회 하는) 그 사람들이 쑥 들어가고 국민들 지지율이 다시 올라온다”고 했단다.
여기에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빠질 수 없다. 그는 “광우병 공포는 마음속에 공포와 좌절, 불안감을 일으키려는 마귀의 꼼수”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8%가 쇠고기 재협상을 원한다고 대답했다. 오, 믿음이 부족한 자들이여. 이 목사님께는 변형 프리온을 한 숟가락 퍼먹이고, 과연 믿음으로 공포와 좌절과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는지, 영발 실험 좀 해봤으면 좋겠다.
이력들도 독특하다. 추부길 목사님은 한글 논문으로 미국 대학의 박사를 따셨다. 김진홍 목사님은 ‘네트워크 마케팅’(일명 다단계)을 하셨고, 서경석 목사님은 다단계회사인 제이유로부터 5억원의 후원금을 받으셨다. 김홍도 목사님은 공금횡령과 배임으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 조용기 목사의 아드님은 세금포탈과 횡령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전과 14범’을 장로로 보필하는 목사들이라면, 이 정도 이력은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장로 대통령을 배출한 소망교회의 목사님의 말에 따르면 “주님께서 이 땅을 축복하셔서 이명박 장로님을 세우셨다”. 그런데 그 축복을 국민들은 저주로 느끼고 있으니, 역시 이 나라 국민들은 사탄의 무리이런가? “하나님의 지혜와 용기가 주님의 아들에게 함께하길 간구해야 한다.” 이 은혜로운 지면을 목사님의 축도로 마치자. 예수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나신 주님의 아들, 하나님의 손자, 우리 이명박 장로님의 머릿속에 하나님의 지혜와 용기가 2mb만큼이라도 꽉꽉 채워 입력되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또 원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