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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패스트푸드의 진실을 폭로하다
문석 2008-07-03

<패스트푸드 네이션>의 원작과 제작과정, 그리고 업계의 반발

<패스트푸드 네이션>은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문제작이다. 이 영화는 패스트푸드 산업과 미국 및 세계 경제질서를 날카롭게 담아낸 책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다큐멘터리로 다루는 게 옳을 법한 이 책을 드라마로 바꿔냈기 때문이다. 원작과 영화, 그리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반응에 관해 알아보자.

1. 에릭 슐로서의 책 <패스트푸드의 제국>.

2001년 미국에서 출간된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여러 매체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으며,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책이다. 저자인 에릭 슐로서는 한때 희곡을 썼던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로, 보스턴의 <애틀란틱 먼슬리>에 마리화나와 미국 법률에 관한 탐사보도 기사 등을 써 여러 상을 받았던 인물이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딸 쇼나 레드퍼드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이후 <배니티 페어> <더 뉴요커> 같은 잡지에 기고를 했으며,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롤링 스톤>에 기고한 글에서 출발했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모든 미국인이 즐기는 음식의 어두운 면’이라는 부제처럼 패스트푸드 산업이 미국과 세계의 경제·정치·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총체적으로 적어놓은 책이다.

그에 따르면, 패스트푸드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개발과 도로 증설, 자가용 자동차의 대중화,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의 안정화 등의 요인에 의해 급속하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는 초창기 “노동자 계급이 드디어 레스토랑에서 아이들에게 밥을 사먹일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패스트푸드는 식품의 산업화를 본격화했는데, 거대한 패스트푸드 업체와 이들에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로 농산물을 생산, 유통하는 다국적 기업, 그리고 이들의 로비에 적극 호응하는 정치권(특히 공화당)의 결탁은 농민을 이들의 소작인으로 전락시켰을 뿐 아니라 이윤을 위해 소비자의 건강을 무시 또는 포기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이 같은 전제 아래서 거대한 공장으로 바뀐 식품산업이 소비자의 건강과 자연환경을 얼마나 위협하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비참한 존재로 전락했는지 등에 관해 설득력있고 생생하게 전한다. 슐로서는 이후 포르노, 마리화나, 불법노동을 통해 미국의 지하경제를 탐사한 <불법의 제국>과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을 지적한 청소년용 도서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등을 출간했다.

2.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

슐로서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의 제국>의 출간 직후부터 여러 감독과 제작자가 이 책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 “하지만 당시는 마이클 무어의 영화가 극장에서 배급하기 전이라” 거의 모든 제작자는 방송사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문제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이들 방송사의 주요 광고주라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차라리 영화화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을 무렵, 슐로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을 만난다. 이 책의 극영화화와 할리우드 시스템 바깥에서의 독립적인 제작방식이라는 링클레이터의 제안에 그는 설득된다.

<패스트푸드 네이션>

링클레이터가 이 책의 영화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20대 초반 해상유전 노동자로 일했던 그는 산업노동자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한 남자에 관한 시나리오는 제작비를 조달하지 못했고, <HBO>에서 만든 파일럿 프로그램 <시간당 5.15 달러>는 시리즈로 채택되지 않았다. 노동문제와 함께 “식품의 산업화, 환경문제, 동물권리, 인간의 건강에 관심을 둬왔”던 그는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본 뒤 영화화를 계획한다. 결국 그는 슐로서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함께 썼고, 젊은 관객들의 직접적인 행동을 촉발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 영화에 숨기지 않고 담아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인 소 도살장면은 미국에서 촬영이 불가능해 멕시코의 한 정육업체에서 필름에 담아낼 수 있었다.

3. 패스트푸드 업계의 반발

슐로서의 책이 나왔을 때부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해왔던 패스트푸드 업계는 책보다 파급력이 강력한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을 놓고 긴장상태에 돌입한다. 2006년 칸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기 전부터 타이슨, 카길 등 다국적 식품업체는 ‘베스트 푸드 네이션’(www.bestfoodnation.com)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대응을 시작했고, 교육위원회나 정부 관료를 설득해 미국 식품산업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또한 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온라인 사이트 <TCS Daily>는 슐로서가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주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링클레이터는 “맥도널드 같은 식품업체의 방해공작을 우려해 이 영화를 비밀리에 제작했으며(제작 단계에서 이 영화는 ‘코요테’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불렸다), 우리의 촬영을 도와준 업체의 담당자들은 상사로부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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