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식객>이 시청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6월17일 2회 연속 방영한 <식객>은 1회 12.9%, 2회 17.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같은 날 방영한 에릭 주연의 KBS2 <최강칠우>를 가뿐히 눌렀다. 박빙의 승부가 점쳐졌던 <최강칠우>의 시청률은 1회 11.3%, 2회 11.1%(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에 그쳤다.
100만부 이상 팔린 허영만 화백의 인기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식객>은 관객 300만명을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식객>과 비교해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총 24부작인 드라마는 한권짜리 만화나 2시간짜리 영화보다 판을 더 크게 벌인다. 만화가 성찬이 만나는 사람과 음식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줬다면, 영화는 대령숙수 자리를 건 경합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드라마는 성찬과 봉주의 대결구도를 이어가면서 음식과 여행을 화두로 삼는다. 성찬(김래원)과 진수(남상미), 성찬의 라이벌 오봉주(권오중), 오숙수(최불암) 등 주요 등장인물은 같지만 허구의 인물을 투입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오숙수의 비서인 주희(김소연), 운암정의 욕심 많은 요리사 민우(원기준)가 성찬과 봉주, 진수를 둘러싸고 요리와 로맨스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같은 원작을 가졌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캐릭터 해석도, 음식을 보여주는 방식도 다르다. 영화에서 끊임없이 성찬을 괴롭히는 봉주(임원희)가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었다면 드라마 속 봉주는 성찬을 동생처럼 대하면서도 살리에리처럼 그를 질투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비밀을 간직했던 근엄한 영화 속 숙수와 달리 드라마 속 숙수인 최불암은 “오랫동안 부엌에서 일한 사람은 성품이 여성화됐을 것”이라며 꽁지머리를 달고 말투도 부드럽게 바꿨다. 제작진이 “만화보다 성찬의 타고난 천재성을 강조했다”는 드라마는 구김이 없고 밝은 성격의 성찬이 사고뭉치에서 진정한 요리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시간적으로 영화보다 넉넉한 드라마는 만화가 흑백종이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색과 맛, 향으로 시청자의 오감을 충족시킨다. 서민들의 밥상에 오르는 평범한 청국장부터 운암정에서 차려내는 궁중요리까지 다양한 한식의 세계가 매회 펼쳐진다.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을 위해 색다른 표현방식도 사용했다. 대령숙수의 자리를 놓고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봉주, 민우, 성찬이 만든 민어 부레 음식을 맛본 숙수는 바다의 맛을 시인처럼 읊는다. 맛을 표현할 때 사용한 꽃이 활짝 피는 CG도 마치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맛을 표현하는 방식을 연상케 한다. 이렇듯 보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이는 드라마 속 음식은 7명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만들어낸 것들이다.
앞으로 <식객>은 대령숙수의 뒤를 잇는 경합이 끝나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운암정을 떠난 성찬이 ‘성찬식품’ 트럭을 몰고 최고의 재료와 음식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릴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사전제작으로 미리 촬영한 사계절의 풍경을 병풍 삼아 전국 팔도의 맛 지도를 보여줄 계획이다. 3년간의 기획을 거쳐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었던 만화나 영화와 차별성을 보인 드라마 <식객>. <대장금>을 잇는 한류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