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탈출> <매드 맥스2> <엑스칼리버> <오메가 맨> <노 블레이드 오브 글로리>…. 스무편에 이르기까지 쭉 꼬리를 물 이 목록은 닐 마셜 감독이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이하 <둠스데이>)을 만들 때 영감을 받았노라 꼽은 작품들이다. 2005년 <디센트>로 호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찬사받았던 그는 전작의 10배 정도 되는 예산을 손에 쥐고 액션, 호러, 스릴러, SF를 고루 반죽한 그릇에 앞서 언급한 영화들을 잘게 으깨서 담아놓았다. 규모의 증가가 좀더 대중적인 영화로 이어지리라는 예측과 달리 상영시간의 대부분을 개인적 취향과 장르 선배들에 대한 오마주로 소비한 것이다. 과연 그는 무슨 꿈을 꾸었던 것일까. 현재 차기작 <드라이브>를 작업 중인 닐 마셜 감독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둠스데이>에 대한 구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나. =1980년 초반 <뉴욕탈출> <매드 맥스2> <스페이스 헌터> <무장트럭> 같은 훌륭한 영화들을 보면서 난 항상 종말론적인 영화에 대한 구상을 세웠었다. 단지 스토리가 잡히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다. 한 5년 전부터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으며, <디센트>가 나온 다음 로그 픽처스가 그때의 트리트먼트를 바탕으로 각본을 쓸 것을 의뢰해왔다. <둠스데이> 프로젝트는 거기서부터 시작됐고, <뉴욕탈출> <매드 맥스2> <더 워리어> <엑스칼리버> 등 4편의 영화가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호러, SF, 스릴러 등 여러 장르를 뒤섞었는데, 이런 혼합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나. =영화에 응용할 수 있는 것에는 룰이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가능하도록 창의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 장르를 섞는 것 또한 작가나 감독이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며, <둠스데이>는 그것이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부분적으로 호러이면서, 부분적으로 SF이고, 부분적으로 액션인 장르의 혼합은 각각의 장면에서 모두 충분한 당위성을 가진다.
-<둠스데이>는 바이러스에 의한 재난을 이야기하면서도 같은 설정의 대다수 영화가 그렇듯이 ‘좀비’ 영화가 아닌 다른 방향을 택했다. =<둠스데이>에는 괴물도, 좀비도, 잔인한 킬러도, 귀신이나 그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도 없다. 내가 피하고 싶은 장르의 관습은 ‘바이러스에 걸리면 좀비가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좀더 현실적인 전염병 시나리오를 묘사하고 싶었다. 또 그것과는 별도로 내가 좋아하는 종말론적 영화들의 많은 요소들을 반영하고 싶었다.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으로. 영화에는 가능한 어떤 연료나 옷이라도 취해서 살아가고 있는 거리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종족을 만들고 완전한 사이코 리더를 세웠다. 그들은 <매드 맥스>나 <뉴욕탈출>에서 마주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불쾌하고 위험하다. 이 종족은 당신을 잡아서 요리하고 먹을 것이다. 이 같은 미래 영국의 모습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이야기다.
-전작인 <디센트>는 작은 규모로 놀라운 결과를 일궈냈다. <둠스데이>는 <디센트>와 달리 큰 예산의 영화이고, 공간 자체도 하나의 동굴에서 하나의 나라로 넓어졌다. 규모의 변화가 제작하는 방향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항상 예산은 압박당할 것이며, 일정한 돈으로부터 최소한의 시간을 가지고 최대의 영화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과거에 나는 200만~300만달러를 가지고 5~6주 만에 찍어서 1천만달러짜리 영화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둠스데이>는 2800만달러 예산과 11주의 촬영시간이 있었지만, 쉽게 가는 것을 스스로가 거부했고, 5천만달러짜리처럼 보이는 영화로 만들었다. 최고의 작품을 위해서는 시간에 쫓기며 미친 듯이 일하게 된다. 나는 영화를 찍을 때 절대 편하게 가려는 생각이 없다. 에너지를 집중하며 빠르게 일하기를 좋아한다. 모두가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며,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당신은 자신을 ‘장르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스스로를 장르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호러영화들을 연출해왔지만 호러영화 감독은 아니다. 감독으로서 다재다능하고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개인적으로 호러, SF, 판타지, 스릴러 등 장르가 무엇이든 오락적 요소가 있고, 액션, 어드벤처가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
-장르적 관습들을 어느 정도로 의식하나. =장르적 관습을 시도하고 또한 관습을 비트는 것을 좋아한다. <디센트>와 같은 영화에서 모든 캐릭터가 여자인 것은 이례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외적인 것을 시도하는 동시에 관습을 따르는 것을 즐기면서 작업했다. 나는 모든 영화들이 ‘장르적 쾌감’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센트>의 놀라운 성공이 당신의 삶과 커리어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큰 변화는 없다. 나는 여전히 다음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영화 만드는 것을 사랑한다.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없다. 갑자기 모든 것이 쉬워지는 상황은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생활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며, 그것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차기작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드라이브>라는 제임스 살리스의 책을 기초로 한 작품으로, 최근 호세인 아미니가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휴 잭맨이 출연하고 내가 감독을 하기로 결정됐다. 이 정도가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