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6월13일(금) 2시 장소 신촌 메가박스
이 영화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초등학생 고이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큰 돌을 줍는다. 집에 가져와 물로 깨끗이 씻어내자, 그 안에서 어린 갓파(河童, 일본의 상상 속 동물)가 “쿠!”라는 소리를 내면서 나타난다. 자신이 수백 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었다고 얘기하는 갓파. 고이치와 가족들은 갓파의 이름을 “쿠”로 지어주고, 가족으로 받아 들인다. 고이치의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쿠는 동료들이 사는 갓파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고이치는 쿠를 위해서 갓파 전설이 남아있는 도노(遠野)로 향해 함께 여행을 떠난다.
100자평 선사시대에 살던 아기공룡 '둘리'가 빙하에 갇혀 긴잠을 자다 개천가에서 소녀에 의해 발견되어 서울 쌍문동 가정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듯, 에도시대에 살던 아기갓파 (일본 토속 요괴 혹은 상상의 동물) '쿠'도 지진으로 돌 속에 갇혀 긴잠을 자다 개천가에서 소년에 의해 발견되어 동경 변두리 가정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쿠'는 소년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지만, 자신이 살던 늪지가 사라지고 도시화 된 광경에 아연해한다. 소년과 '쿠'는 다른 갓파를 찾아나서는 여행을 하고, '쿠'의 존재를 눈치 챈 매스컴에 의해 TV에 공개되기에 이른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세 가지 장점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생태주의적 시선이다. 특히 개발주의의 역사를 에도시대의 농토 개간사업까지 포함하여 보는 안목이 남다른데, 흔히 농업은 공업과 달리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바로잡아준다. (새만금 사업을 비롯한 간척사업, '쓸모없이 버려진 습지'를 옥토로 바꾼 새마을 운동은 모두 환경파괴 사업이다.) 둘째, 성장에 주목한다. 소년과 '쿠'는 함께 여행하고 여름방학을 거치면서 성큼 자라난다! 셋째, 아이들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왕따나 이성적 설렘 등 심리적 묘사도 좋지만, 귀엽고 엉뚱한 여동생의 움직임은 더욱 좋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4편이나 감독한 하라 케이치의 작품답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담담한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온가족이 즐길 만하다. 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