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발흥한 미국의 다이렉트 시네마는 1968년을 전후해 변화를 모색했는데, 그즈음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프레드릭 와이즈먼이다. 그의 작품은 다이렉트 시네마의 전통인 관찰자의 규칙에 충실함은 물론, 피사체의 선택과 영상 편집 그리고 사운드의 활용을 무기 삼아 강한 정서적 반응과 실천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곤 했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공공기관에 초점을 맞춘 와이즈먼은 시설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에 과감하게 접근하면서 사회의 가치가 어떻게 형성, 유지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촬영을 거부하는 인물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으면서도 세금이 쓰이는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알 권리를 굽히지 않았다. 그의 역사적인 데뷔작 <티티컷 폴리즈>는 매사추세츠주 브리지워터에 소재한, 죄를 지은 정신이상자들의 수용시설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어색한 표정의 피수감자들이 전시용으로 펼치는 <티티컷 폴리즈> 공연을 시작과 끝에 배치한 이 다큐멘터리는 그들이 교도관, 의사, 봉사자들에 의해 어떻게 다뤄지는지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삶의 열정을 빼앗긴 사람들이 발가벗긴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과 한 남자가 의사와 이송 심사원에게 정신상태를 악화시키는 운영 행태를 따지다 끌려나가는 광경 등이 생생히 담겨 있는데, 그중 교도관들이 먹기를 체념한 노인을 다루는 장면- 콧속으로 엄청난 길이의 튜브를 삽입당한 노인이 흘리는 고통의 눈물과 태연하게 대화하는 교도관들의 웃음소리와 얼마 뒤 죽은 노인의 서늘한 시신을 교차편집한- 은 충격을 넘어선다. 이윽고 <티티컷 폴리즈>가 암전으로 끝맺는 순간, 피수감자들이 치료되거나 시설 밖으로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차린 관객은 안타까움과 절망과 분노를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와이즈먼은 비인간적인 상황 아래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폭력적인 권력자로 행세하는 공공시설의 모습을 통해 소외된 계층과 인간의 존엄성을 내팽개친 현장과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폭로했다. 그것은 와이즈먼이 1968년의 열기에 앞서 미국사회의 환부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발표 당시 매사추세츠주의 법이 배급을 금지한 <티티컷 폴리즈>는 1991년에 법적 제재로부터 풀려났으나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DVD는 와이즈먼 영화의 배급을 맡고 있는 ‘지포러필름’ 사이트에서만 구입 가능한데, 문제는 DVD의 품질이다. 구입하기 전 알아둬야 할 사실은 이 DVD가 대규모 공정이 아닌 가내수공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일반 프린터기로 뽑아낸 커버와 DVD-R을 사용한 디스크를 보고 경악하지 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