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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레테리에] 난 얼떨결에 감독이 된 사람이다
황수진(LA 통신원) 2008-06-17

<인크레더블 헐크>의 루이 레테리에 감독

가족과 함께 할리우드 사인 아래의 전망 좋은 집으로 이사했다며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적인 시작에 대한 두근거림을 숨기지 않는 34살의 루이 레테리에 감독은 인터뷰 내내 참 정열적이었다. 파리는 사랑하지만 파리 사람들은 별로라며 입을 내미는 그에게서는 천생 프랑스 사람의 느낌이 든다.

-TV시리즈부터 리안 감독의 <헐크>까지 수많은 버전의 ‘헐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크레더블 헐크>를 통해 당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나는 프랑스에서 자랐기 때문에 슈퍼히어로 코믹북을 읽지는 않았다. 부모님이 내게 권한 코믹북은 <틴틴>이나 <아스테릭스> 정도였다. 내 경우 ‘헐크’는 코믹북 속의 슈퍼영웅이 아니라 어린 시절 접했던 TV쇼 속의 모습이다. 처음 마블사와 프로젝트 관련 미팅을 했을 때 비주얼 이펙트만 난무하는 액션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브루스 배너의 이야기니까.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도 주인공의 내면을 제대로 잡아내고 있는가라는 부분에 대해 논의를 많이 했다. 크게 보면 이 영화는 폭발하는 자아를 제어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브루스 배너에서 시작해서는 나중에 그를 둘러싸고 군대가 개입하고, 또 다른 괴물이 등장하는 식의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다. 좀더 현실적인 접근의 TV시리즈로 시작해서 점점 코믹북 세계로 이동한다고 해야 하나? 특히 첫 20분에서 고급화된 TV시리즈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마치 영화 둘을 본 기분이다. =(약간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두 영화가 존재한다…. 리안 감독의 영화를 봤을 때, 그런 인상이었다. 아주 뛰어나고 지적인 드라마와 중간급 정도의 액션영화. 그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액션이 나올 때마다 그 좋은 드라마의 호흡이 툭툭 끊긴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특히 신경쓴 것이 모든 요소가 다 앞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자였다. 드라마가 액션을 방해해서도, 액션이 드라마를 방해하지도 않게. 특히 강조해서 집어넣은 사랑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에드워드 노튼이 파이널 컷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바람에 정킷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아, 정말 그런 이야기가 돌아서 속상하다. 알다시피 6개월 이상 미친 듯이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해서 3시간 반짜리 편집본이 나온다. 지난 2년간을 바쳐서 나온 것이 3시간 반짜리 편집본이다. (머리를 감싸 안으며) 더한 것은 거기서 절반을 또 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에드워드는 상당히 정열적이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벽에 머리를 대고는 괴로워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시늉을 하며) 에드워드가 딱 이런 식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사람들이 어쩌다 오가며 보고는 이야기가 전해 전해지는데 그게 다음날 신문에 이상하게 해석되어 나온다. 언젠가 한번은 편집실에서 에드워드랑 같이 아비드 기계 앞에 앉아 있는데, 그가 기사 하나를 끄집어내더라. 뭔가 하고 봤더니 그를 완전히 브리트니 스피어스로 만들어놓았다. 뭐, 우리 둘은 그냥 웃고 말았지만.

-그래도 프로모션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는 않지 않나. =어제 프리미어에 에드워드가 나타나지 않았었나. 요즘 그는 오바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느라 정신이 없을 뿐이다. 스튜디오가 에드워드에게 엄청난 돈을 미끼로 이 프로젝트에 끌어들인 것이 아니다. 물론 그의 커리어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었지만, 에드워드는 돈 때문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정말 모든 열과 성의를 다했는데, ‘마블사와 에드워드 노튼 사이의 반목에도 불구하고…’ 식으로 시작되는 기사나 어떤 장면이 잘려나갔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일 때는 마음이 편치 않다. 다행히 어제 프리미어에서의 관객 반응이 좋아 마음이 좀 놓이지만.

-좋은 액션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액션영화’라는 말에 대해 약간 편견을 가지고 있다. 원래 나는 뤽 베송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했다. <트랜스포터>의 감독으로 내정된 홍콩 감독 코리 유엔이 영어가 서툴러서 배우들와 스탭들과의 의사 소통과 프리 프로덕션 진행을 도맡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코리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자 뤽이 전화해서는 이제 프로덕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감독을 맡으라고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감독이 되었다. 그때 나는 액션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어떤 액션이 나쁘고, 좋은지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스티븐 시걸이나 장 클로드 반담의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정도.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영상감각이 화면 곳곳에서 묻어나오는데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 =그게 참 묘하다. 내가 접하는 영화는 독립영화, 예술영화다. 아내가 프랑스판 소피아 코폴라여서(웃음) 집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영화인가. =글쎄, 웨스 앤더슨 영화들을 좋아하고, 얼마 전에는 <컨트롤>을 봤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 =어렸을 때는 음악이 좋아서 꽤 오랫동안 드럼을 연주했었다. 아버지가 감독이었고, 어머니도 영화 관련 일을 하기 때문에 자라서는 영화를 전공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감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뉴욕대 영화과에 처음 입학하면 400명 정도의 신입생이 모두 강당에 모인다. 교수님이 여기서 앞으로 사운드 엔지니어링할 사람 하면 한명이 손을 든다. 촬영감독이 목표인 사람 하면 서너명 손을 든다. 감독이 목표인 사람 하면 390여명이 손을 번쩍 든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감독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스테디 카메라 오퍼레이터하고, 편집하고, 조감독하고 그렇게 감독 말고 다른 기술들을 익히면서 보냈다. 그게 지금 와서 정말 도움이 된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이런 블록버스터영화를 감독하게 되었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나.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과연 오늘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으로 늘 괴로워했다. 그럴 땐 샤워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이제 32살밖에 안 되었고, 게다가 외국인인데, 미국 스튜디오 영화를 찍고 있다고.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고. 그리고 준비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준비한다. 아니 그 이상으로. 현장의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매일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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