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동명의 텔레비전 시리즈를 영화화한 <겟 스마트>는 5월 마지막 날 첫 기자 시사회를 할리우드의 차이니즈 만 극장에서 가졌다. 다음날 베벌리힐스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2부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스티브 카렐은 영화에서의 모습이나 기자회견장에서 느껴지는 모습에 별반 차이가 없는 배우다. 그는 언제나 겸손하고, 너무나 진지해서 엉뚱하고, 그런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난감해한다. 아래는 스티브 카렐과 앤 헤서웨이, 피터 시겔 감독이 참석한 기자회견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스티브, 프로듀서 말이 회의를 하자고 불렀더니 (당신 같은 스타가) 다소곳이 프로필 사진이랑 이력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더라고 하더라. 사실인가. =(스티브 카렐) 그렇다. 워너브러더스에서 전화가 와서 미팅이 잡혔다. 그래서 내 딴에 나름대로 프로필 사진이랑 이력서를 준비해서 찾아갔다. 맥스웰 스마트 역을 따내려는 다른 배우들로 가득 찬 오디션을 예상하면서 잔뜩 긴장해서 도착했더니 넓은 회의실에 프로듀서들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 이미 캐스팅이 되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때 그냥 머리가 펑 하고 터져버리는 것 같았다. 물론 행복해서다. 뭐랄까, 믿겨지지가 않았다.
-원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나. =(스티브 카렐) 엄청난 팬이었다. 아마 이 작품에 참여한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았나 싶은데. 이 작품은 원작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피터, 앤 헤서웨이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는. =(피터 시걸) 알다시피 배우간의 호흡이 중요하지 않나. 사실 앤은 굳이 와서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위치였지만, 원작의 팬으로서 본인이 와서 스티브와 리딩을 하겠다고 우겼다. 호기심이 생기더라. 두 사람을 함께 두고 보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티브가 대본에 없는 대사로 계속 이어나가는데 앤이 그 호흡을 계속 따라가면서 받아치더라. 그때 이 두 사람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대사가 실제 영화에서도 쓰이게 되었다.
-앤, 하이힐을 신고 뛰어다녀야 했는데, 어땠나. =(앤 헤서웨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하이힐 훈련은 워낙에 지독하게 한지라(웃음)…. 사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육체적으로 더 힘들었다. 이 작품에서는 스턴트팀, 무술 전문가팀들이 언제나 곁에서 대기하면서 우리 동작 하나하나를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지, 진짜 첩보원처럼 보일지 세심하게 다듬어주었다.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액션하고는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두 배우가 영화에서는 제법 액션 태가 나온다. 물론 우리 둘은 찍다가도 서로 킥킥댔지만.
-편집실에서 어떤 컷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피터 시걸) 고민스럽다기보다는 재미있었다. 촬영장에서도 꽤 괜찮은 장면을 잡아냈다 싶어도 혹시 모르니까 작가들에게 백업 조크들을 따로 만들어놓도록 요구하는 편이다. 계속 테스트 스크리닝을 하면서 나이트 비전 카메라로 끊임없이 관객의 표정 등의 세세한 반응을 확인하면서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본드걸과 에이전트 99와의 차이가 있다면. =(앤 헤서웨이) 내가 더 재미있다는 점? 아, 그리고 비키니를 입지 않는다는 점도. 내 캐릭터는 본드 걸의 최신 버전이라고 할까. 에이전트 99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그려진 그녀는 다소 독선적이고, 부드러운 내면은 밖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맥스와 티격태격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지켜오던 균형이 조금씩 깨지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 역시 그런 자신의 변화를 좋아하게 되고. 나 역시 어떤 계기를 통해 스스로 몰랐던 새로운 나 자신을 깨닫곤 한다는 점에서 이 캐릭터가 겪는 변화에 충분히 공감한다.
-스티브, 명실공히 당신은 할리우드에서 성공신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스티브 카렐) (정색한 표정으로) 하나도 놀랍지 않다. 성공할 줄 알고 있었다. (주위에서 웃음이 터지자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이 성공이 언제까지 계속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현재 내가 겪고 있는 기회를 행복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너무 빠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앤, 코미디 연기하는 것이 어떤가. =(앤 헤서웨이) 전작에서도 그렇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에도 천재들에 둘러싸여 많이 배우고 있다는 점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서는 코미디를 대놓고 드러나게 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배웠고, 이번 작품에서는 실패를 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해 배웠다.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는 점. 그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스티브, 드웨인 존슨과 키스한 소감이 어떤가. =(스티브 카렐) 상상해보고 꿈꾸어왔던 모든 것의 결정체다. (좌중 폭소. 그러나 본인은 웃지 않는다.) 이 영화는 세 가지 면에서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먼저 매일매일 제공된 훌륭한 촬영장 음식. 다음으로 멋진 캐스팅. 그리고 드웨인과 키스할 수 있었던 것. 드웨인은 정말 똑똑하고 매력적이고… (옆에서 감독이 부드러운 피부라고 속삭이자 결국 피식거리며) 부드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다. 금방 막 구워낸 과자같이 말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