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오독된다. 어느 패션지의 음악 기사를 보다가 마시던 물을 뱉고 불을 뿜을 뻔 했다. 마돈나를 신격화하기로 작정한 기자는 80년대 초반을 “신디 로퍼와 같은 예쁜 여가수들이 재롱잔치를 벌일 때”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지독한 헛소리다. 80년대 초반의 승자는 신디 로퍼였다. 당시 음악기사들을 잘 찾아보시라. “마돈나 같은 예쁜 여가수들이 재롱잔치를 벌일 때”라는 문장으로 로퍼의 재능을 격찬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이어질 테니. 마돈나가 역사의 승자라고 해서 한때의 라이벌을 깔아뭉개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안쓰러운 팬심을 눈물로 훔칠 필요 더이상은 없다. 죽은 줄 알았던 로퍼가 마돈나의 안이한 ≪Hard Candy≫를 훌쩍 뛰어넘는 신보 ≪Bring Ya To The Brink≫로 재기를 선언한 덕이다. ‘베이스먼트 잭스’가 참여한 <Rocking Chair>, 마돈나의 <Ray of Light>와 비견할 만한 <Into The Night Life>. 기막힌 일렉트로니카 싱글들이 즐비하다. 80년대 팝세대라면 <Set Your Heart> 같은 곡을 들으며 도나 서머와 테일러 데인 같은 70/80 싸구려 디바들의 정념을 심장으로 되새길 수 있을 게다. 마돈나 조심하라. 신디 로퍼는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