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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여 넬슨] 도입부 무사들과 포의 결투는 내 생각이 반영된 장면이다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08-06-12

<쿵푸팬더>의 스토리 책임자, 제니퍼 여 넬슨

기발하며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가 초콜릿처럼 대량생산되는 꿈의 공장 드림웍스. 그곳의 배후(?)가 늘 궁금했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의 개봉을 맞아 내한한 스토리 책임자 제니퍼 여 넬슨을 통해 드림웍스를 짐작해보았다.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로 “극적이며 정신 나간 이야기들에 매료된다”고 말하는 제니퍼의 머릿속엔 일곱살 때부터 그녀만의 카메라가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더불어 팀원들의 ‘상상의 카메라’ 또한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고수를 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힘을 적재적소에 쓰이게 하는 것이 바로 드림웍스의 원동력이었다.

-드림웍스에서 언제부터 스토리 총책임자로 일하게 됐나. =2003년부터다. 스토리 부서의 일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2002년에 개봉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스피릿>의 스토리보드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다. 그 영화는 말이 주인공이었는데, 당시 말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부탁을 받고 아주 즐겁게 일했다. 내게 일을 청한 사람도 결과에 만족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이후 제작한 <신밧드: 7대양의 전설>에서는 스토리 총책임자를 맡게 됐다. 입사한 지 2년 반 뒤의 일이다.

-드림웍스 같은 곳에서 한 부서의 총책임자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 빠른 시간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책임자가 되려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스토리 아티스트로서 재능이 아무리 많아도 감정 조절이 안 된다거나 사람 관리를 잘 못하는 경우엔 책임자가 될 수 없다. 또 총책임자는 필요할 경우 다른 팀원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림을 굉장히 빨리 그려야 한다. 나는 성격이 긍정적이고 시간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챙기고 도와줘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토리 부서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우리 부서는 줄거리나 캐릭터의 성격을 개발한 뒤 이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까지 도맡아 한다. 이야기가 완성되면 영화를 스케치해서 전체적인 흐름이 괜찮은지 파악한다.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핵심 멤버 여섯명이 있고, 나머지 서너명은 유동적으로 투입된다. 무엇보다도 3~4년씩 일을 같이 하니 가족 같은 분위기다. 스토리는 개봉하기 직전까지 수정되니까 다른 부서들보다 일을 오래 하는 편이다.

-<쿵푸팬더>에는 동양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팀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동양인이라는 점이 고려되었나(제니퍼 여 넬슨은 재미동포다). =인종과 민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쿵후를 좋아하는지의 여부다. 물론 아시아 계통의 팀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단지 동양의 전통을 존중하는지가 중요한 고려 대상일 뿐이다.

-<쿵푸팬더>는 굉장히 취재를 꼼꼼히 한 애니메이션이란 생각이 든다. 아시아인이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동물의 동작도 매우 자세하게 묘사된 것 같다. 어떤 작품을 참고했고 얼마나 조사했는지. =우리 아트 디렉터가 중국계인데다 안무를 가르쳐준 분은 20여년간 쿵후를 한 사람이라 한 장면도 허투루 넘어갈 수 없었다. 시중에 나온 쿵후영화는 모두 섭렵한 것 같다. 쇼브러더스 영화, 성룡과 이연걸의 영화, <쿵푸허슬>과 <소림축구>, <취권>처럼 쿵후와 코미디의 균형을 맞춘 영화를 집중적으로 참고했다.

-쉬는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는가. 비디오 게임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비디오 게임도 하고, 혼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한다. 드림웍스가 흥미로운 건 다들 나름의 프로젝트를 혼자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프로젝트로 인해 성장하고 변화된 모습을 일에 반영하곤 한다. 평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니면 직업이기 때문에 일하는 건지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 그것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성공한 회사지만 디즈니 스타일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학교에서 갓 졸업한 학생들이 개성이나 스타일 없이 디즈니 만화만 그리는 게 안타깝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고 들었다. 특별히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작품이 있나. =만화책으로는 <황금날개> <마징가Z> <8Man>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어린 시절부터 액션이 가미된 어드벤처영화나 공상과학영화, 아주 극적이고 정신 나간 얘기들에 매료됐다. 이번에 만든 <쿵푸팬더>가 사실 내가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영상에 가장 근접하다. 맨 처음에 등장하는 무사들과 포의 결투도 내 생각이 반영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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