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선무는 탈북자다. 중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온 지 7년째. 북한에서도 미술을 전공했던 그는 지난해 홍익대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그의 이력은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정체성을 설명해준다.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닌 조선인’이라고 칭하는 그는 흔히들 사회주의 국가에서 그리는 리얼리즘 화풍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 자신의 이야기에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작품에서 북한은 객관화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는 북한의 주체사상이 갖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비판을 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자신이 그린 작품 속의 행복둥이들처럼 얼굴에 한가득 큰 웃음을 머금고 있는 아이들이 사실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선을 없앤다’는 뜻에서 지어낸 그의 이름 ‘선무’처럼 그의 작품에는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 과정, 그리고 남쪽에서의 삶에 적응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압축되어 있다. 그가 북한을 객관화된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북에서 남으로 오기까지, 그리고 지금 현재 이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겪었던 트라우마를 치유해줄 수 있는 도구이자, 그가 염원하는 통일로 한 발자국 다가서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다. 38선을 넘어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선을 넘다’, 김정일과 북한에 대한 비판 ‘비판의 시선’, 그리고 ‘북한의 아이들’ 총 세개의 이야기로 그려낸 3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