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뉴스 게시판이 모처럼 들썩거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보도하는 각 방송사들의 뉴스를 비판하고 감시하고 격려하는 누리꾼 덕분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보도와 관련해 시청자의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은 MBC 뉴스 게시판에는 최근 하루 평균 700~900건의 의견이 쏟아진다. 방송사 관계자는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이처럼 적극적인 반응이 계속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뉴스 보도와 관련한 댓글은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시작한 24일 이후 더욱 뜨거워졌다.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짚는 보도를 보고 “완전소중한 보도. 감사합니다”(PAXFORTUNE),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BDY9940) 등 주로 격려를 보냈던 시청자는, 경찰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강제 연행하는 상황이 되자 이를 소상히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국민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고 연행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대한민국 대표 방송사에서 이 정도로 가볍게 내보낼 수 있는 겁니까?”(ysgho), “시위 무력 진압 장면이랑 잡혀가는 시민들 인터뷰 등 자세하게 방송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LEY0217) 특히 시위가 한창 진행 중인 시간에 방송되는 KBS1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가 시작되면 게시판에서 ‘실시간 채팅’이 이루어진다. “경찰이 플라자호텔 앞에서 미성년자 연행 중입니다. 속보 내보내주세요. 지금 인도에서 잡혀가는 중이라고요!”(OUI201), “무장한 경찰이 시민들을 때립니다. 취재 부탁드립니다”(채혜원) 등 실시간 제보가 잇따르는가 하면, “한 엄마가 (시위 중에)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게시판에 소개되기도 한다. 소식을 들은 누리꾼은 “아이를 발견한 사람이 있으면 빨리 찾아줍시다”라며 조급해하고, 잠시 뒤 “다행히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답니다” 하는 소식이 전해지면 “정말 다행이군요”라며 함께 안도하기도 한다.
상대 방송사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며 더 적극적인 보도를 주문하는 이도 있고(“어제 시위장면은 K본부 것이 더 나아요-LEY0217”), 미국 <CNN>이나 프랑스 언론 등에 소개된 시위 관련 보도를 번역해서 띄우는 이, 여기에 덧붙여 “외신으로 하나둘씩 제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보다 외신이 먼저 보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CLAGH”라며 언론으로서의 자존심을 부추기는 이도 있다.
방송사별로 촛불시위 보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보도 태도가 어떠했는지 조근조근 분석해 글을 올리는 시청자도 등장했다. “촛불 외면한 방송 3사 간판 뉴스 보도 비평”이라는 제목으로 “청계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이 청와대를 향해 거리로 진출한 것은 24일 밤 9시부터 9시30분 사이였다. KBS1과 MBC의 9시 뉴스가 끝나기 전이었는데 생생한 보도가 없었다”고 지적한 홍재희씨는 이날 이후 매일같이 각 방송사 뉴스를 비교 분석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기자 정신이 살아 있는 보도’를 주문하며 색다른 제안을 하는 누리꾼도 있다. 이번 시위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진중권 중앙대 교수를 지지하면서 “방송사들은 진중권을 촛불집회 특파원으로 기용하라”(메나리)고 촉구하는가 하면, “MBC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과 촛불시위 현장을 열심히 취재하는 기자를 등장시켜 달라”(ING)는 요구도 있다. 댓글가에선 요즘 특정 언론사 기자들을 ‘교통 통신원’이라고 부르는데, “집회로 인한 교통혼잡”에 초점을 맞춰 글을 쓰거나 방송 보도를 하는 기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