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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워라! 눈뜨고코베일 만큼

≪Tales≫/ 눈뜨고코베인/ 와우뮤직 발매

아직도 이름 때문에 코믹밴드로 오해받지만 눈뜨고코베인(눈코)은 한국에서 가장 성실하게 산울림을 재현하던 밴드였다. 과거형으로 말한 이유는 이들의 두 번째 앨범에서는 퍼즈 톤의 기타와 무그 신시사이저 대신 깔끔한 기타 팝 사운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복고풍 사운드는 사라졌지만 눈코의 음악을 정의하던 ‘노랫말의 서사’는 여전하다. 아니 더 기괴하고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촘촘해졌다. 사실 눈코의 노랫말은 특유의 과장된 전개 방식과 드라이한 묘사에 탁월하다.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그저 그런 말장난처럼 들릴 가능성도 높다. 사라진 아빠를 찾는 아이들을 가로막으며 “아빠가 벽장 안에 있을 리가 없잖아!”라고 외치는 엄마(<아빠가 벽장>)와 가족 납골묘를 만들겠다는 아버지에게 ‘우린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들들(<납골묘>)이 묘사하는 가족은 문제도 아니다. 3년 만에 고속도로에서 다시 재회한 원숭이(<하이웨이 몽키스타>)나 우주에서 만난 괴수(<바훔톨로메>)와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라는 전언이 던지는 상쾌한 대구는 이 앨범을 어느 스페이스 판타지 단편소설의 부록처럼 여기게 만들 정도다. 이런 밴드가 있다는 건 ‘새삼’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