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전에 펼쳐지는 제주도의 모습,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등장한 코끼리. 작가의 작업실로 보이는 공간이 들어 있는 곳은 뉴욕 현대미술관 MoMA의 한 벽면이고, 한 가정집의 내부와 얽히는 곳은 전시 장소이기도 한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이다. 한 캔버스 안에서 이지현 작가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공적 장소와 사적인 사물 혹은 사적인 공간들을 결합시키는 작업을 회화로 선보인다. 어떤 작품은 이 각각의 두 요소를 자연스럽게 조합해놓기도 했지만, 또 어떤 작품은 공간을 분리시키듯 두 캔버스로 표현하거나, 벽면처럼 평면으로 구성된 면 안에 다시 3차원의 입체공간을 그려넣기도 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의식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대신 작품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특정 공간에 대한 인상과 기억이 익숙한 주변 풍경과 공존하면서 단일한 한개의 시선이 아닌 다층적인 복수의 시선이 작품 안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공간 속에 펼쳐지는 또 다른 공간의 구조는, 무한 확장되면서,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자마저 캔버스에 연장된 공간으로 포함시켜버린다. 평면의 회화로도 공간과 시선이 얽히는 게임을 가능케 하는 이지현의 작업은 분명 흥미롭다. 드로잉이나 회화적인 표현력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아라리오 서울의 전속 작가인 이지현은 이번 전시로 여섯 번째 개인전을 갖게 된다.
공적인 장소와 사적인 사물의 결합
2008-05-29
<이지현 개인전-Reflective surface>/ 6월12일까지/ 아라리오 서울/ 02-723-6190
김유진/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