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연예인, 혹은 사건·사고 현장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180도 방향을 틀었다. 지난 5월14일부터 전파에 오른 MBC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사회의 파수꾼 ‘기자’를 지목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의 <온에어>에 이어 또 한번 대중매체 속 전문직을 그린 드라마가 열기를 이어갈지 관심사다.
‘스포트라이트’는 극중 GBS방송사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 제목으로, 사회부 2진 서우진(손예진)이 서울시경 출입기자를 속칭하는 ‘캡’ 오태석(지진희)의 휘하에서 반듯한 기자로 성장하는 내용을 그린다. 경찰출입기자는 군대로 치면 야전부대와 같이 최전선에 위치한 기동취재팀으로, 놀랍도록 빡빡한 일상을 견뎌야 한다. 언론사에는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모든 기자들은 수습 때 같은 훈련을 거친다. 때문에 실제 기자들 역시 때론 삐딱한 시선으로, 때론 공감의 손뼉을 치며 <스포트라이트>를 주시하고 있다.
“‘마와리’ 돌고 2시간마다 보고해.” “그래서 ‘야마’가 뭐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낯선 용어투성이지만 기자들은 이를 알아듣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사쓰)마와리’는 경찰출입기자들이 경찰서를 돌며 취재하는 것을 뜻하고, ‘야마’란 주제를 일컫는다. 이 용어들은 언론사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지만 의학·법조·경영계 등 각 분야에 준하는 전문용어로 볼 수 없는 일본어의 잔재로, 국내 언론이 일본식 취재 시스템을 끌어온 것에서 비롯한다. 한 시청자는 “기자야말로 바른말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실제 기자들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관습인 탓에 이런 용어가 더 명확히 뜻을 전달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용어를 비롯해 사쓰마와리 시스템과 분위기 등, 디테일에 대한 취재는 성실하다는 평이 대세다. 한 기자는 우진이 신입인 이순철(진구)에게 마와리 비법을 전수할 때 “의경들은 빵을 사주면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고 한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수습 시절에는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특별한 비법임을 강조했다.
첫회에서 우진은 탈주범을 잡기 위해 홀로 탈주범이 투숙한 여관방에 잠입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10년차인 모 기자는 “과장된 구성이다. 사쓰마와리 기자는 경찰을 취재하지, 범인을 직접 잡으러 다니지는 않는다”며 “형사들이 범인을 덮치는 현장에 같이 갈 수는 있지만 기자 혼자 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기자가 탈주범을 직접 잡지는 않더라도 특종을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는 한다. 5년차 기자는 2006년 광주에서 수능 부정사태가 발생했을 때 부정을 저지른 학생들의 집에 ‘교육청’, ‘경찰’을 사칭한 전화를 돌려 소환 일정과 정황 등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입을 모은 것은 “결과가 어떻든 우진처럼 열심히 하는 후배가 있다면 환영이다. 기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성이고 그 다음이 머리”란 것이다. 이외에도 신문사와 방송사와의 알력 관계, 언론사 내 부서간 갈등 등은 실제와는 다른 부분이 많지만 극적 효과를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했다.
보통 10년차 이상이 할 수 있는 캡 위치에 고작 33살인 태석이 자리한 것 역시 과장됐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 신문사에는 여성 캡도 등장하는 등 많은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에 굳이 무리는 아니란다. “소리만 지르면 캡인가”란 시청자의 불만도 있지만, 실제 기자가 보기에는 “원칙을 중시하는 선배의 자세로 볼 수 있고 실제로도 태석처럼 독불장군 격의 성격을 가진 캡도 많다”고 덧붙였다.
정의를 찾아 꿋꿋이 발을 내딛는 기자의 모습이 전개될 이 드라마에 대해 캡 출신인 한 14년차 기자는 “왜 이렇게 기자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는 훈련을 통해 한 개인이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을 바꾸어 갈 수 있는 중요한 인물로 전환돼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연히 수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