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뤄진 남녀의 불행한 결혼과 행운의 대박을 코믹하게 다루는 영화다. 도박이 자유롭고 결혼과 이혼이 손쉬우며, 음주와 마약에 대한 규제가 약해 ‘죄악의 도시’(Sin City)라고 불리는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몇개의 키워드를 통해 알아본다.
1. 카지노
19세기 중반까지 멕시코의 영토였던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한가운데 자리하지만 품고 있는 우물 관정들 덕분에 초지를 형성해 스페인어로 ‘초원’을 의미하는 ‘Vegas’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라스베이거스가 도시의 꼴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부터다. 36년 완성된 후버댐이 주민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물과 전기를 공급해주는 기초 인프라였다면 31년 취해진 도박 합법화 조치는 이 도시의 경제적 핵심요소였다. 라스베이거스가 도박의 도시로 명성을 높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계기는 1946년 12월 개장한 최초의 카지노호텔 플라밍고였다. 마피아 갱 출신의 벅시 시겔이 주도해 만들어진 이 호텔은 카지노와 함께 화려한 객실과 현대식 시설,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에 미국의 명소로 떠올랐다. 이후 스티브 윈의 미라지호텔, 윌리엄 베넷의 서커스 서커스, 커크 커코리언의 MGM그랜드 등이 경쟁을 펼치며 라스베이거스의 발전을 주도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주요한 경제활동 중 하나가 슬롯머신 등 도박기계 제조라는 사실 또한 이 도시가 카지노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물론, 카지노는 고객에게 행운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엄청난 수익을 챙기기 위해 존재한다. 한 남자가 갑부로부터 ‘당신 부인과 하룻밤 자게 해주면 100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 것(<은밀한 유혹>)도 탐욕스런 카지노의 함정에 빠진 탓이며, 대니 오션 일당이 아무 죄책감없이 세 군대의 카지노를 터는 것(<오션스 일레븐>)도 ‘부정하게 벌어들인 돈’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2. 마피아
마피아는 카지노와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 플라밍고호텔은 애초 캘리포니아의 부호 윌리엄 윌커슨이 추진하던 프로젝트였으나 뉴욕 마피아 출신의 벅시(본명 벤자민) 시겔이 마피아 거물 마이어 랜스키로부터 600만달러를 대여해 인수하면서 비로소 완성된다. 하지만 시겔은 호텔에 너무 화려한 치장을 해 돈을 많이 허비한데다 카지노 시장이 형성되던 중이라 자금난에 몰렸고 이에 화가 난 랜스키는 조직원을 파견해 시겔을 잔인하게 제거한다. 거대한 야망을 좇다가 한순간에 벅시 시겔의 삶은 여러 차례 영화화됐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워런 비티가 주연한 <벅시>다. <대부>에서 콜레오네 패밀리를 배신하다 안경에 총탄을 맞는 캐릭터 모 그린도 시겔을 모델로 했으며,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또한 시겔과 랜스키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또 <대부2>에서 마이클 콜레오네와 정면 대결하는 유대계 갱 보스 하이만 로스는 마이어 랜스키를 모델로 했다. 훗날 플라밍고호텔은 또 다른 마피아 거물인 프랭크 ‘레프티’ 로젠탈과 앤서니 스필로트로에게 넘어갔다. 두 사람은 스타더스트, 프리몬트, 하시엔다 등의 호텔까지 경영했지만 수많은 불법행위로 결국 당국의 철퇴를 맞는다. 마틴 스코시즈의 <카지노>는 바로 로젠탈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다. 랜스키와 스필로트로의 변호사였던 라스베이거스의 오스카 굿맨 시장은 마피아 박물관을 지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3. 결혼과 이혼
라스베이거스가 속해 있는 네바다주는 결혼과 이혼에 관대하기로 유명하다. 미국의 다른 주의 경우 결혼을 하기 위해선 혈액검사 같은 귀찮은 과정과 여러 서류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네바다주는 간략한 서류와 관청에 55달러만 내면 몇분 만에 혼인증명서를 발급한다. 이혼 또한 마찬가지라서 심지어 같은 날 결혼했다가 이혼을 할 수도 있을 정도. 결혼식 또한 어찌나 간편한지, 100~200달러만 내면 주례와 들러리를 ‘고용’해서 순식간에 이 ‘인륜지대사’를 치를 수 있다. 하와이 분위기, <스타트렉> 스타일, 고딕풍, <보물섬>의 해적선 등 결혼식 컨셉 또한 다양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매년 10만쌍 이상이 결혼하고 있는데,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용감하게 결혼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커플이 있는 반면,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의 커플이나 <프렌즈>의 로스와 레이첼처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충동 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심슨네 가족들>의 호머와 마지도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했다. 현실 세계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또한 그런 케이스였으니, 맙소사.
4. 엘비스 프레슬리
라스베이거스의 영웅은 엘비스 프레슬리다. 미시시피주 투펠로에서 태어나 멤피스로 이주했던 그이지만, 후반기의 활동은 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뤄졌다. 그는 67년 프리실라와의 결혼식을 라스베이거스 알라딘호텔에서 거행했으며, 1969년 7월부터 1976년 11월까지는 라스베이거스의 여러 호텔에서 837회의 공연을 가졌고, 전회 매진시키는 대기록 또한 세웠다. 결국 엘비스 프레슬리는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중요한 관광상품이었던 것. 프레슬리 자신이 출연한 <비바 라스베가스>도 유명하지만,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 경연대회를 모티브로 사용한 <허니문 인 베가스>나 엘비스 복장으로 카지노를 터는 갱단의 이야기 <3000 마일>, 그리고 ‘로스트 베가스’라는 가상 공간에서 왕 엘비스가 죽은 뒤 벌어지는 왕위쟁탈전을 담은 혼합장르 B급영화 <6현의 사무라이>는 라스베이거스와 엘비스의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