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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도전기] 이배희를 위한 이베이 6단계
김도훈 2008-05-29

1. 사고 싶은 물건을 검색한다

이베이에는 수백만 아이템이 쉴새없이 올라오기 때문에 검색의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섹스 & 시티> 포스터를 구한다면 Sex and the City poster라고 검색창에 쳐넣는다. 리스트가 화면에 뜨면 그중 가격과 조건이 가장 맞아떨어지는 제품을 골라 일단 ‘지켜보기’(Watch) 버튼을 누른다. Watch 버튼을 누르면 이베이의 개인 화면에 해당 물품이 저장되어 가격 변동 여부를 편하게 지켜볼 수 있다.

2. 판매자의 신용을 잘 살펴본다

판매자의 아이디를 누르면 판매자가 지금까지 판매한 물품 수 옆에 신용도가 %로 기입되어 있다. 이베이에서 물건을 산 사람들은 구입한 물건의 하자 여부, 포장과 배송의 정확도와 신속도 여부 등을 평가한 뒤 판매자에게 ‘긍정’(Positive), ‘부정’(Negative)으로 별점을 부여할 수 있다. 네거티브 점수를 많이 받아 신용도가 낮은 판매자와는 거래를 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3. 운송비에 유의한다

국제 경매사이트인 만큼 운송비를 잘 살펴보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아이템의 무게에 비해 운송비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는 경매에 참가하지 않는 게 좋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끔 국제 배송은 원하지 않는다는 판매자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한국까지 배송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물어보라. 많은 경우 국제 배송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4. 경매에 참여한다

경매 참가를 결정했다면 해당 물품의 경매 완료시간이 10분 남았을 때 다시 이베이로 접속한다. 10달러가 경매 시작 가격이었던 <섹스 & 시티> 포스터에 2명의 경매 참가자가 달려든 탓에 가격이 어느새 15달러로 뛰어올랐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물품을 위해 지출 가능한 액수가 얼마냐는 것이다. 포스터 한장을 위해 15달러 이상은 소비할 수 없다면 그냥 무시하고 경매를 포기하면 된다. 하지만 20달러까지는 지출할 수 있다면 본격적으로 경매에 뛰어든다.

5. 막판 경매 전투에 뛰어든다

현재 <섹스 & 시티> 포스터의 가격이 15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20달러까지 가격이 올라도 구입할 생각이 있다면 ‘당신의 최대 경매 가격을 쳐넣으시오’(Enter your maximum bid price)난에 20달러를 기입한 뒤 엔터를 친다. 그래도 자신이 ‘최고 입찰자’(highest bidder)가 되지 않는다면? 이미 누군가가 20달러 이상의 경매 가격을 제시한 상태다. 무슨 뜻이냐고? 이베이는 이전 최고 입찰자가 제시한 가격을 화면에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이전 최고 입찰자가 제시한 가격과 그 이전 최고 입찰가의 평균 가격을 보여줄 따름이다. 그래서 입찰자는 감과 경험에 입각해 입찰가를 제시해야만 한다. 마지막 1분을 남겨놓고 입찰가가 마구마구 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세계의 입찰자들은 경매완료 1분 전 눈을 벌겋게 뜨고 “어디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자신이 예상하는 최고 입찰가를 번개 같은 속도로 모니터에 쳐넣고 있을 것이다. 딱 한 가지만 유의하자. “당신은 얼마나 지불할 마음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입찰가가 지갑 사정을 넘어선다면 경매를 포기하고 다른 아이템을 기다리면 된다. 아이템은 언제든지 새롭게 업데이트된다.

6. 경매에서 승리한 자는 돈을 지불하고 배송을 기다리라.

낙찰을 받는 순간 판매자에게서 이메일이 온다. 이메일의 링크를 따라가서 가격을 지불한 뒤 배송되기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베이 판매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불 방식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계좌이체 사이트인 페이팔(Paypal)이다. 개인수표로 지급할 수도 있지만 수수료가 많이 붙는데다 송금 과정도 복잡해 대부분의 이베이 사용자들은 페이팔을 이용한다. 페이팔을 이용하려면 www.paypal.com에 등록한 뒤 간단한 인증절차를 거치기만 하면 된다.

이배희양은 곧바로 ABC의 실행에 들어갔다. 검색창에 ‘Sex and the City poster’를 쳐넣자 백개가 넘는 포스터가 뜬다. 개중 대여섯개가 새로 개봉할 극장판 포스터다. 경매 시작 가격은 9.99달러. 경매시간은 아직 5일이 남았다. 그녀는 과감하게 9.99달러에 입찰했다. 그리고 최고 입찰자의 지위를 획득했다. 5일이 지났다. 밤마다 캐리 브래드쇼가 분홍색 투투 드레스를 입고 자신에게 달려와 안기는 꿈을 꾸던 이배희양은 경매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졌다. 누군가가 경매종료 1분을 남겨놓고 더 높은 가격을 입찰하는 건 아닐까. 이빨을 물어뜯던 이배희양은 경매 종료시간 3시간을 남겨놓고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태평양 저쪽에서 시작된 경매라 종료시간이 아침 5시30분이다. 이렇게 밤을 새우고 출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배희양은 알람을 5시20분에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이배희양은 눈을 떴다. 캐리 브래드쇼가 침대 옆에 앉아 울고 있었다. 분홍색 투투 드레스는 지나가던 버스가 튀긴 구정물 범벅이다. 이배희양은 브래드쇼에게 물었다. “왜 울고 있나요? 캐리 브래드쇼.” 브래드쇼가 아련한 눈으로 속삭이며 아침 햇살 사이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신상… 신사아아앙… 마놀로 블라닉 신사아앙… 세일 기간이 끝나버렸어… 어쩌면 좋아….”

이배희양은 눈을 떴다. 진짜로 눈을 떴다. 시계를 봤다. 5시45분이다. 경매는 이미 15분 전에 종료됐다. 컴퓨터로 달려갔다. 포스터는 이미 미쿡의 ‘soybean paste girl’에게 팔려나간 지 오래다. 이배희양의 입찰가격보다 겨우 1달러가 높은 10.99달러에. 이배희양은 눈물을 흘리며 또 다른 포스터를 찾아냈다. 그리고 입찰했다. 경매종료는 7일 뒤다. 이배희양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다시는 캐리 브래드쇼를 놓치지 않으리라. 단호히 결의를 다진 그녀는 친구가 보내준 이베이 6단계를 다시 꼼꼼히 살펴봤다. 이런. 7단계였다. 이배희양은 빠뜨리고 읽지 않은 마지막 단계를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7단계. 이베이를 막 시작한 초보자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을 놓고 경매에 뛰어드느라 최소한 서너달은 수면부족 및 카드값 빵구에 시달릴 수 있….” 그녀는 컴퓨터 화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섹스 & 시티>의 포스터를 바라봤다. 황홀했다. 그리고 조용히 마지막 7단계를 지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