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걸렸다. 10년 만에 발표된 포티스헤드의 세 번째 앨범은 제목도 간략하게 ≪Third≫,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포티스헤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게 다소 성의없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베스 기븐스의 보컬은 여전히 심해를 배회하는 어떤 생물체처럼 음습하고 애드리안 우틀리의 기타 리프도 여전히 종잡을 길 없이 난감하다. 심지어 첫 싱글의 제목은 <Machine Gun>, 첫곡의 제목은 <Silence>다. 이 모순적이고 비대칭적인 조합이야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포티스헤드의 사운드를 단칼에 상징한다. 트립합, 노이즈록 같은 장르가 이 사운드를 수식한다고 해서 포티스헤드의 사운드가 여기에 완전히 수렴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우울할 때 들으면 그 우울함의 정도가 짜증과 함께 바닥까지 치닫는 음악’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낫다. 편한 마음으로 듣기 어려운 음악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타로 만들 수 있는 뻔한 사운드와 무드에 질린 청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앨범이 될 것이다. 주의(혹은 권장)사항.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들으면 뼛속 깊은 공포감까지 느낄 수 있다. 볼륨을 높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