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사 엉덩이로 밥을 푸든 허벅다리로 밥을 푸든 무슨 상관이래?” 주막에서 밥을 먹다 주모에게 꾸중을 듣는 쇠돌(이문식). 용이(이준기)가 양아버지를 보고 히죽거리다 숟가락으로 머리를 맞는다. “딱” 소리가 나게 맞았는데 NG다. 이준기는 머리를 감싸쥐고, 이문식은 미안해하고, 이용석 감독은 “(이문식이) 준기에게 감정있나보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문식은 촬영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자주 NG를 냈다. 덕분에 이준기는 맞은 데 또 맞아 아프고, 곁에서 구경하던 이준기의 팬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지난 5월1일 충북 제천 오픈세트장에서는 SBS 새 수목드라마 <일지매> 촬영이 한창이었다. <온에어>에 이어 21일부터 방송될 <일지매>는 조선시대 의적으로 알려진 ‘일지매’의 삶을 다룬다. <궁>을 만든 황인뢰 감독이 고우영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일지매>를 만든다고 알려져 더 주목을 끌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진은 실존인물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지매를 고증을 거치고 상상력을 보태 만들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도적이 된 일지매가 의적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어쩌다보니 영웅이 된 일지매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이용석 감독의 설명이다. ‘홍길동’, ‘임꺽정’ 등을 잇는 민중사극답게 풍자와 해학도 놓치지 않는다. 명문가 자제들이 다니는 북촌의 족집게 과외방, 양반집 아녀자들의 북촌 미방(청담동 뷰티숍), 투전판의 내기 도박장과 검객(조폭) 등으로 적절히 웃음을 선사할 계획이다.
사료에 남아 있듯 검은 도포에 가면을 쓰고 홀연히 나타나 범행 현장에 매화 그림만 남겨놓고 갔다는 일지매는 <왕의 남자> 이후에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이준기가 연기한다. 날이 없는 ‘무날검’을 든 그의 모습은 아직까지 미공개로, 일지매가 된 모습은 7회부터 등장한다.
배우 이준기 인터뷰
“연기 폭이 유연해졌다고 느끼길 바란다” 말없이 앉아 있는 이준기는 분명 ‘공길’(<왕의 남자>)이었다. <일지매> 촬영현장에는 ‘일지매’가 된 이준기는 없었다. 너무나 강렬해서 언제든 따라다니는 그의 그림자, ‘공길’의 모습만이 옷차림과 긴 머리모양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잠깐의 실망, 그리고 궁금증. “이준기는 ‘공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오해는 금세 풀렸다. 그가 움직이자 다른 사람이 보였다. 말투와 얼굴 표정, 건들거리는 몸짓이 전혀 낯선 이였다.
- ‘일지매’를 맡은 소감은. = ‘일지매’가 의적이었다는 정도만 안다. 실화가 아닌 창작인 만큼 자유롭게 새로운 영웅을 만들 생각이다. 일지매 이미지가 상당히 불투명하지만 ‘한국판 닌자’처럼 날렵하고 멋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 옷차림과 긴 머리모양이 ‘공길’과 비슷해 보인다. = ‘공길’은 성격이나 표정에서 표현을 절제해야 했다면, ‘일지매’는 다양한 표정을 구사할 수 있을 듯하다. 양반집 아이였던 ‘겸이’로 기억을 찾는 모습, 기억을 잃은 채 살다 복수를 다짐하는 ‘용이’, 민중을 돌보는 ‘일지매’로 세 가지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는 ‘용이’의 모습이다.
- 무협사극인 만큼 액션이 많다던데. = 액션을 즐기는 편이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각이 있는 절제된 무술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재주넘기나 야마카시 등을 응용한 다양한 동작을 선보인다.
- <일지매>를 통해 이준기가 얻고자 하는 것은. = 전작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연기하는 ‘일지매’를 보고 사람들이 배우 이준기가 연기 폭이 유연해졌구나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