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2008 애니 열전] 불쾌한 그로테스크, 불온한 매혹, 강렬한 시각 쇼크

<피어스 오브 더 다크> Fears of the Dark

제12회 부천국제판트스틱영화제 상영작

사드 후작을 연상시키는 마르고 포악한 귀족이 끌고 가는 음산한 개떼들의 등장에서부터 이미 심상치 않다. 아마도 오랫동안 악몽의 근원이 될 불쾌한 공포감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인데, 왜냐하면 개성적인 비주얼들에 대한 강한 시각 쇼크와 동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구체적으로 표상되지 않지만 짙은 분위기로 도처에 깔려 있다. <피어스 오브 더 다크>는 여섯명의 세계적 그래픽 아티스트와 만화가가 제작한 ‘어둠이 주는 원초적 공포감’에 대한 단편을 엮은 아트하우스 애니메이션 앤솔로지다. 형식적으로도 앤솔로지의 권태로운 형식을 파괴한다. 여섯편의 작품이 나란히 배열된 것이 아니라, 네편의 작품들이 각각 전개되는 사이에 두편의 다른 형식이 삽입되어 전체를 응집시키는 것.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흑백을 유지하며 공포를 심플하게 시각화했다. 놀랍게도 이 기분 나쁜 공포감들에서 전혀 기시감을 느낄 수 없다. 모두 전례없는 기괴한 불쾌감이다. 그로테스크함들을 형상화한 영상은 격렬하고도 직접적으로 피부에 스멀거리는 반응을 유발한다. 열광적 지지자들을 양산할 것이 분명한 이 애니메이션은 지금 가장 참신한 그래픽 아티스트들의 재능으로 ‘불온하게’ 반짝인다.

찰스 번즈는 곤충과 불쾌함과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원초적 공포감을 코믹스 같은 그래픽으로 형상화했다. 개성적 일러스트레이터 마리 카일로는 살육자 사무라이의 영혼이 빙의된 소녀의 악몽을 그린다. 가공할 두려움은 이 잔혹한 악몽을 지속하라며 그녀를 끊임없이 재우는 가학의 지속에서 온다. 일본 기담의 음울함과 그로테스크한 우키요에를 연상시키는 판화적 이미지가 매혹적으로 결합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리처드 맥과이어의 마지막 단편이다. 푸른 수염 설화에 귀신 들린 집 모티브를 섞어 성적으로 전도시킨 간결한 서사가 세련된 이미지와 엮인 이 순수한 공포에 대해 언어의 수사를 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작품들의 막간에 삽입된 추상적 그래픽들에 수반되는 내레이션은 공포의 가장 순수한 형식을 극단으로 몰고 간 사변적 이미지의 형식이다. <피어스 오브 더 다크>는 불순물없는 공포의 가장 순전한 결정체다. 도저한 불온함과 매혹적인 이미지의 결합은 이 작품을 부천영화제 필수 예매 목록에 올리기를 추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게 한다.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무한지옥, 바깥 없는 순수한 공포의 표면, 탈주가 불가능한 폐쇄의 완벽한 미궁을 헤매게 될 것이다. 불쾌하나 눈을 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