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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애니 열전] 요괴, 현대 문명을 비판하다
정재혁 2008-05-27

<갓파쿠와 여름방학을> 河童のクゥと夏休み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

<이웃집 토토로>(1988)의 시작은 깊은 숲속이다. 인간의 손길이 덜 묻은 숲에 가면 원래 자연에서 서생하고 있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귀엽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 자연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본래 함께하고 있었던 친구라는 걸 미야자키 감독은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깨우며 일깨운다. 그리고 10년. <갓파쿠와 여름방학을>(2007)은 시간을 건너뛴다. 에도시대에 살고 있었던 요괴 갓파(박스 기사 참조)는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2007년 도쿄에 온다. 인간 중심적인 문명화와 경제성장을 좇아 행해진 온갖 개발 속에 모습을 감췄던 그들이 한 소년의 호기심과 순수함의 힘으로 다시 세상을 보게 된다. 원래 함께였던 친구 갓파.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이곳에서 그들의 재귀는 우리에게 수많은 반성과 과제를 던진다.

하라 게이이치 감독의 애니메이션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일본의 전설적인 동물 갓파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방과 뒤 길을 가던 초등학생 소년 코이치는 우연히 개울가에서 갓파의 화석을 발견한다. 신기하게 생긴 모양새를 궁금해하다 그는 화석을 집까지 들고 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화석 속에서 쿠란 이름의 갓파가 깨어난다. 개구리와 두꺼비를 섞어놓은 것처럼 생긴 갓파. 코이치는 가족을 설득해 쿠와 함께 생활하게 되지만 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코이치의 집은 금세 신문과 방송을 타고 유명해진다. 방송사 기자들은 코이치의 집 앞까지 와 매일 대기하고 있고, 급기야 쿠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시킨다. 갓파를 조금 신기한 동물쯤으로 생각하는 방송사와 사람들. 코이치는 가족들과 상의해 쿠를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하는데 그 과정이 2007년 도쿄를 방문한 갓파의 온갖 수난기다. 취재진을 피해 도쿄타워에 올라가고, 택배박스에 들어가 어느 시골로 이송되는 쿠의 모습은 자연에 대한 인간 중심적인 태도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하나의 비밀은 인간의 형상을 하지 못한 생물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이제 깊은 숲에 들어가도 만나지 못할 옛 자연의 친구를 타임리프를 통해 불러온 교훈극이다.

2시간18분의 상영시간.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텍스트의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라 게이이치 감독은 20년 전부터 영화화를 구상했던 고구레 마사오의 아동문학 <갓파 오사와기>와 <갓파 깜짝 여행> 두권의 책을 한편의 애니메이션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에 녹여넣었다. 3년의 준비기간, 2년의 실제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의 1차 버전은 800페이지 분량의 그림, 3시간의 상영시간. 여기서 하라 감독은 40분이 넘는 장면들을 편집해 개봉용 버전으로 만들었다. “편집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엄청난 부피의 작품으로 완성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이 현재 일본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총괄해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라 감독은 원작의 설정과 사건들을 대폭 바꿔 환경문제, 이지메, 매스컴의 보도과열 문제 등을 어린이의 시점에서, 자연의 관점으로 서술한다. “어린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른의 삶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른이 바뀌지 않으면 어린이 역시 바뀌지 않습니다.” 다소 교훈적인 냄새가 짙게 풍기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중 가장 인간 비판적인, 강렬한 메시지의 작품이다. 도쿄타워에 올라가 도쿄 시내를 내려다보는 쿠의 쓸쓸한 모습은 잊기 힘들다.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외론 처음으로 <키네마준보> 베스트10에 선정된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요코즈나도 두렵지 않아!”

일본의 귀염둥이 요괴, 갓파

일본의 요괴 혹은 전설상의 동물. 어린아이 정도의 체격을 갖고 있는 갓파는 개울가에 주로 서식한다고 전해지는 미확인 동물이다. 전체적으로는 개구리와 가장 흡사하지만 갓파의 신체는 다소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팔은 좌우가 연결되어 있어 한쪽을 잡아당기면 다른 한쪽이 줄어들고 손가락 사이엔 물갈퀴가 달려 있어 수영을 잘한다. 머리 정수리 부분은 접시같이 폭 파여 있으며 그곳엔 항상 물이 고여 있다. 이 물이 마르면 목숨이 위험해진다고 한다. 항문은 3개며 체취가 비릿하고 등엔 딱딱한 등껍질이 붙어 있다.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에 기본적으로 사람을 해치진 않지만 가끔은 사람을 물가에 빠뜨리기도 한다. 일본에서 갓파가 발견된 적은 없지만 갓파와 관련된 다양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갓파가 스모를 매우 잘한다는 것. 에도시대에 스모선수로 유명했던 시라후지 겐타는 나쁜 짓을 하는 갓파를 스모로 제압했다고 한다. 스모는 원래 모내기 시기에 물의 정령에게 드리는 제사의식 중 하나였다고 하니 갓파가 스모를 잘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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