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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여섯 개의 초상 <아임 낫 데어> 기자시사
오정연 2008-05-21

일시 5월20일 오후5시 장소 스폰지하우스 중앙 개봉 5월29일

이 영화 나이도 외모도 인종도 심지어 성별도 제각각인 여섯명의 예술가가 있다. "밥 딜런의 다양한 삶과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첫머리에 명시한 영화 <아임 낫 데어>가 밥 딜런의 여섯 초상을 완성하기 위한 조각들이다. 세상을 떠도는 11살 흑인소년 우디(마커스 칼 프랭클린)는 그의 천재성을, 포크음악계의 스타 잭(크리스찬 베일)과 가스펠을 부르는 목사 존(또 크리스찬 베일)은 그의 변화무쌍한 음악성을, 잭을 연기하는 영화배우 로비(히스 레저)가 젊은 프랑스 화가 클레어(샬롯 갱스부르)의 사랑과 이별은 그가 연인들과 맺었던 관계를, 포크에서 록으로 전향한 뒤 팬과 평론가들로부터 변절자 취급을 받는 쥬드(케이트 블란쳇)는 그의 극적인 전환기를, 무법자 빌리 더 키드(리처드 기어)는 그의 은둔자적 성향을 드러낸다. 자신을 아르뛰르 랭보라고 소개하는 스무살 청년(벤 위쇼)은 그가 사랑했던 시인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등장하는 여섯 조각은 비중도 형식도 비주얼도 감성도 제각각.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화석화를 거부한 채 전설로 살아가고 있는 밥 딜런이 자신의 기묘한 전기를 영화화하는 프로젝트를 허락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거나 자신의 노래를 배우가 다시 부르고, 미발표곡을 영화 제목으로 차용하는 것까지 허용했다. '일종의' 음악영화 <벨벳 골드마인>, 50년대 멜로드라마에 대한 기묘한 오마쥬 <파 프롬 헤븐> 등 밥 딜런 못잖게 굴곡많은 필모그래피를 선보였던 토트 헤인즈 감독이 완성한, 이 시대 가장 완벽한 초상화라할 만하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여우주연상(케이트 블란챗) 수상작.

100자평 왜 여지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여지껏 누군가의 전기영화를 만들었거나, 만들려고 생각했던 거의 모든 감독들은 <아임 낫 데어>를 보며 그렇게 탄식했을 것이다. 록으로 전향(?)한 밥 딜런이 팬들과 전쟁을 치르듯 대면했던 맨체스터에서의 전설적인 라이브를 기점으로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밥 딜런의 인생과 시대상을 인상적으로 묘사한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으로 밥 딜런에 관한 아마도 가장 '적절한' 초상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틴 스코시즈조차도.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헤인즈는 밥 딜런의 초상이 아니라 그에 대한 우리 지각의 초상을 만들었다”고 쓴 바 있다. 비단 변화무쌍으로 점철된 밥 딜런의 인생만이 아니라, 일관성과는 하등 관계없는 우리의 모든 인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밥 딜런에 대한 사전정보의 유무에 따라 감상법은 나뉠 수 있다. 밥 딜런의 이름만 들어본 정도라면 일단 모든 감각을 열고 이 영화를 보는 데 최선을 다하자. 여섯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저마다 매력적인 초상을 즐기고,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음악에 귀를 열고, 노래의 가사를 곱씹을 것. 일단 135분의 러닝타임은 밥 딜런의, 밥 딜런에 의한, 밥 딜런을 위한, 밥 딜런에 대한 완벽한 뮤직비디오로 채워져 있다. 극장 밖을 나설 때쯤 저절로 그의 음반이며 그의 출연영화,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공연실황, 전기를 찾아보고 싶어질 것이다. 밥 딜런이 <Blowing in the wind>를 만든 사람이라는 정도의 사전지식이 있는 쪽이라면, 마틴 스코시즈의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 DVD를 예습한다면 감흥이 배가될 것이다. 오정연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