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오는 5월22일 개막한다. 환경영화제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중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열리고, 조류독감에 걸린 새들이 영문도 모른 채 살처분되는 상황에서 황혜림 프로그래머는 요즘 “환경영화제 대박나는 거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는단다. 하지만 환경을 지키자는 구호를 내건 영화제의 실무자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관심이 높아진 건 좋은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거 아닐까? 영화제 홍보가 뭐 그리 중요하겠나. (웃음)” 개막을 앞두고 밤샘업무에 여념이 없는 그에게 5번째 영화제를 치르는 소감을 들어봤다.
-하필 이런 때에 영화제가 열린다. =화제가 되는 시기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나 무역불균형 현상은 항상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환경문제의 기초에는 권력의 역학관계라는 게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프로그램 과정에서도 환경파괴의 배후를 드러낼 수 있는 영화를 꾸리고 싶었다. <다윈의 악몽>이나 <세네갈 어부의 분노> 등이 그런 주제를 가진 영화들이다.
-쇠고기 문제를 다룬 영화들을 좀더 많이 상영했으면 영화제도 더 이슈가 됐을 텐데. =지난해 프리레인지 스튜디오가 만든 <미트릭스> 시리즈를 상영한 적이 있다. 공장식으로 운영되는 농장에 관한 이야기인데, 소를 양육하고 유제품을 만드는 과정의 문제점을 짚은 영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여러 작품들도 있었다. 그런데 사이클론이며 쇠고기 문제며 관련 이슈들이 터진 거다. 우리가 너무 앞서간 건가? (웃음)
-올해는 어떤 이슈가 중점적으로 다뤄지는가. =일단 기후변화에 관한 이슈가 있다. 아예 섹션을 마련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가져갈 거시적인 주제다. 바다 오염에 관한 이슈도 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선정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겠지만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슈를 다룬다 해도 환경영화라는 게 장르도 아니고, 관객과의 접점에서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에코스릴러’라는 섹션을 마련했다. 환경문제를 소재로 해서 장르적으로 풀어낸 영화들을 상영해서 일반적인 영화팬들도 끌어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환경문제를 다룬 극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너무 고프다. (웃음) 사실 이번에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해프닝>을 상영하려 했었다. 새벽 4시에 메일을 보냈는데, 그쪽 담당자도 안 자고 있었는지 바로 30분 만에 “개봉 전에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답변이 왔더라. (웃음)
-지난해에 비해 상영작이 늘었다. 아무래도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문명이 발전해갈수록 더 많은 문제들이 생길 테니까. =물리적으로는 단편이 많아서 그렇다. 그런데 경쟁부문 출품작이 확실히 늘긴 늘었다. 지난해에는 545편이 출품됐는데, 올해는 721편이나 들어왔다. 정말 세계는 넓고 환경문제는 많구나 싶더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