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음악
곧고 품격있는 연주의 힘
박혜명 2008-05-15

<<Secret Love & You Are Too Beautiful>>, 에디 히긴스 트리오/ 강앤뮤직 발매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즈피아니스트들. 빌 에반스의 창조적 계승자 키스 자렛, 마일즈 데이비스의 ≪Bitches Brew≫(1969)가 예견한 현대 퓨전재즈의 거장 칙 코리아, 재즈레이블 GRP의 예술적 지주 데이브 그루신, 팝과 록, 솔과 스탠더드의 실험적인 퓨전 아티스트 허비 행콕…. 그렇다면 1932년 영국 출신 에디 히긴스는 어떤가. 에디 히긴스는 재즈계에서 창조적 아티스트로 분류되진 않는다. 역사에 남을 오리지널 송을 써내는 것도 아니고 재즈 장르의 지평을 넓히는 실험을 도모하지도 않는다. 그는 <Autumn Leaves> <Cheek To Cheek> <My Romance>와 같이 모두가 아는 곡들을 박박 긁어모아 스탠더드 연주 앨범만 낸다. 심지어 다작이라 희귀성도 없다. 그러나 그렇듯 수십년간 고집해온 그의 스탠더드 연주는 들을 때마다 곧고 품격있다. 그가 만드는 애드리브는 쉽지만 가볍지 않고, 원곡을 살아 있게 하는 사려 깊은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그의 스탠더드 러브송 40곡 기획 시리즈의 세 번째, 네 번째 합본 앨범이다. 이제부터 당신이 재즈를 알고 싶다면, 앞서 열거한 천재들의 것보다 먼저 추천하고픈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