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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리치] 비주류적 외모의 매혹
최하나 2008-05-15

<페넬로피>의 크리스티나 리치

다르지만 또 같은. 상이한 두편의 영화로 스크린을 찾은 크리스티나 리치에게서 교집합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돼지코를 갖고 태어난 <페넬로피>의 페넬로피는 남다른 외모의 딸을 꼭꼭 감춰두려는 부모의 손길을 떨치고 홀로 세상 나들이에 나선다. <스피드 레이서>의 트릭시는 망설임없이 방해꾼의 면상에 발길질을 날리는 여자다. 한마디로 그녀들은 똑 부러지게 당차다. 아역배우로 출발했지만, 애당초 리치는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소녀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담스 패밀리>의 웬즈데이는 새카만 상복 차림으로 어른들을 싸늘하게 쏘아봤고, 어린이영화 <캐스퍼>에서조차 리치는 아버지를 훈계하는 아이였다. “많은 아역배우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는 귀여운 아이가 갑자기 실제 인간으로 변하는 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난 행운아다. 그토록 귀여웠던 적이 없으니까.” 확실히 리치는 살아남았고, <아이스 스톰> <버팔로 66> <몬스터> 등을 경유하며 배우로서의 존재를 단단히 각인시켰다. 페넬로피처럼 저주받은 코를 지니지는 않았지만, 리치는 “주류적으로 생긴 외모가 아니”다. 키는 작달막하고 이마는 과하게 넓고 눈은 톡 튀어나왔다.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그녀는 기계로 쭉 뽑아낸 듯한 팔등신 인형의 틈바구니에서 되레 시선을 매혹한다. 어렸을 때 자신의 모습이 보기 싫어 방 안의 거울을 모두 천으로 가려놓곤 했다는 리치는 이제 “나는 다르다. 그래서 더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신성모독’이라는 이름의 제작사 블래스퍼미 필름을 차려 영화를 제작하고, “할리우드의 비쩍 마른 인형들처럼 되느니 죽어버릴 테야”라며 호쾌하게 웃는다. 이제 스물아홉. 어느새 연기 경력 20년차로 훌쩍 성장한 리치는 다르지만, 아니 다르기에 더욱 특별한 30대를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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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GA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