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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성과 상상력의 결합 <오토히스토리아>

2007│라야 마틴│96분│필리핀│오전 11시│메가박스 6 우리는 첫 장면에서 어느 골목길을 걸어가는 한 청년의 모습을 지글거리는 화면의 롱테이크로 20분간이나 좇아가야만 한다. 마침내 그가 어느 집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자막이 등장한다. 지난밤 보니파쇼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내용과 보니파쇼가 동생 프로고피오와 함께 살해됐다는 내용이다. 모호하다. 보니파쇼는 누구이며 동생 프로고피오는 누구이고 그들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나는 누구인가. 그런데 그 모호함이 흥미롭다. 보니파쇼와 프로고피오는 필리핀 혁명당의 창설자였지만 다른 당에 정보를 누설했다는 죄목으로 사형당했다고 한다. 영화는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다. 아마도 필리핀인이라면 분명 쉽게 알만한 기념비(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의 인지도와 유사할)를 한참동안 보여주고 나더니 차를 타고 어디론가 끌려가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 아무도 그들을 보니파쇼와 프로고피오라고 말하지 않지만 우리는 영화가 청한 방식으로 그 두 사람이 지금 죽으러 가는 길임을 안다. 스트라우브-위예의 인장을 지나치게 끌어안고 있으며 지적 허영심도 보이지만, <오토히스토리아>는 역사성과 상상력을 결합하여 단 12개의 원신원숏만으로 사유하는 시간, 응시하는 시간을 끌어내려 노력한다. 1984년생 필리핀 젊은 감독의 영화에서 영화적 스크롤의 압박이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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