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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스탭들이 만든 진짜 B급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남긴 것
김정대 2008-05-15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미국 대중문화 속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할리우드의 영원한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과연 <인디아나 존스>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조지 루카스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단지 ‘우리가 보아왔고, 또 보고 싶었던 종류의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인기 비결이 있다면 그것이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답변 속에는 사실 <인디아나 존스>의 인기 비결은 물론 할리우드식 정통 모험영화가 가진 매력의 근원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귀중한 보물 상자가 숨어 있다. 그런데 이 보물 상자를 열려면 ‘새터데이 마티네’ 및 ‘맥거핀’, ‘액션과 스피드’, ‘영웅성’ 등 네 가지의 <인디> 키워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옛날 옛적 극장 이야기와 맥거핀

‘새터데이 마티네’는 엄밀하게는 특정한 영화 장르가 아닌, 과거 미국 극장가의 상영 관행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토요일 낮에 싼 티켓값으로 관객을 유혹하곤 했던 ‘새터데이 마티네’는 메인 장편영화 외에 뉴스릴, 예고편, 만화영화, 그리고 시리얼(Serial, 연속활극) 등으로 구성됐는데, 이중 특히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심취했던 것은 1930~40년대의 시리얼이다. 10~15개 정도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리얼은 웨스턴, SF, 판타지, 모험물 등 다양한 장르의 통속적 이야기들을 다루곤 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간단히 말하자면,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시리얼 모험극을 현대 버전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두 사람은 <인디아나 존스>를 통해 현대 관객에게 가슴 설레던 ‘새터데이 마티네’의 체험 자체를 고스란히 전달하려 했다. <인디아나 존스>의 매력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시리얼은 주인공 캐릭터의 면모에서부터 액션신의 구성, 영상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인디아나 존스>의 모든 면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당장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시리얼의 모든 에피소드는 클라이맥스(주인공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끝나곤 했는데, 이 때문에 관객은 ‘주인공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 다음주에 다시 극장을 찾아야 했다. 바꿔 말해, 시리얼의 모든 에피소드는 전편의 클라이맥스에서 시작하곤 했다는 말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각 편은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음에도) 이런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즉, 시리즈의 각 편은 ‘있지도 않은’ 전편의 클라이맥스인 것처럼 보이는 액션신으로 시작한다는 말이다. 근래의 액션영화에서는 자주 보이는 이런 식의 오프닝 ‘티저’ 액션신은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것이었다. 영화는 한 차례 존스 박사의 좌충우돌 활약상이 끝난 뒤에야 ‘맥거핀’ 소개로 이어지는데, 이 맥거핀은 서스펜스를 유발하고 액션 신을 이어주며 특수효과신이 등장할 구실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루카스가 말하는 <인디아나 존스>의 맥거핀은 영화에서 존스와 그 주변 인물들이 쫓게 되며, 종국에는 그들 모두와 관객을 ‘낚는’ 대상물(‘떡밥’)을 일컫는다. <레이더스>의 성궤와 <운명의 사원>의 상카라 돌, <최후의 성전>의 성배, 그리고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크리스털 해골이 바로 이 맥거핀에 해당한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의 맥거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히치콕의 영화보다는 <인디아나 존스>에 영향을 준 또 하나의 고전영화인 존 휴스턴 감독의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1948)을 떠올리는 편이 낫다. 이 영화에서 금은 세 등장인물이 쫓는 대상이지만 종국적으로는 그들 모두와 관객을 낚는 ‘떡밥’으로 기능한다. 영화의 플롯상 금은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이것에 지나치게 집착한 캐릭터(예컨대 ‘돕스’)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결말에서 이 금은 바람에 날아가버려 어느 누구도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의 맥거핀 역시 이와 흡사하다. 존스와 주변 인물들이 집요하게 쫓는 맥거핀은 사실은 관객의 이목을 끌어 감정적으로 그들을 ‘낚는’ 떡밥이며, 여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등장인물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결말에서 존스는 허무하게도 이 맥거핀을 차지하지 못한다(혹은 <운명의 사원>에서처럼 그것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귀속된다). 말하자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존스가 어떻게 맥거핀을 차지하는가?’가 아닌 ‘존스는 어떻게 죽을 고생을 하며 맥거핀을 쫓다가 그것을 놓치게 되는가?’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결국 영화의 재미의 상당부분은 맥거핀을 미끼로 한 스필버그의 기막힌 낚시 기술에서 기인하는 셈이다.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

루카스의 가장 중차대한 임무는 바로 이 맥거핀을 찾는 일이었다(비록 <레이더스>의 성궤는 필립 카우프먼의 아이디어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껏 루카스가 소개한 맥거핀들은 고전 모험영화 속의 비슷한 성격의 떡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막강했다. 그 이유는 바로 맥거핀에 부여된 ‘초자연적인’ 성격 때문이다.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의 금과는 달리,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맥거핀들은 모두 초자연적 힘을 지닌 유서 깊은 물건들이다. 이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시대활극인 <인디아나 존스>에는 판타지와 SF 장르의 요소가 공존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영화의 중추적인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사실,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인디아나 존스>의 장르 융합/해체적 성격은 모체가 된 고전 시리얼에서 유래했다고도 볼 수 있다.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좋아한 시리얼은 대부분 장르가 혼합된(혹은 장르분화 자체가 되지 않은)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즉, <인디아나 존스>의 혼합 장르적 성격은 ‘새터데이 마티니’의 감흥을 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였다는 말이다. 예컨대, 격렬한 싸움에도, 심지어 말을 타고 달리는 도중에도 존스의 중절모가 벗겨지지 않는다는 설정 자체가 사실극과 판타지의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로 주목할 것은 바로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이런 당혹스러운 요소를 현대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들이다. 그 장치는 바로 다음 키워드들인 ‘액션과 스피드’, ‘영웅성’에 녹아 있다.

논스톱 액션신의 리얼한 속도감

<레이더스>의 구성방식은 개봉 당시의 관객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고전 시리얼의 구닥다리 구성방식을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이다. 고전 시리얼은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순수 오락물답게 ‘논스톱 액션’과 그 사이를 메우는 ‘다소 황당무계한 플롯’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리얼은 황당무계한 플롯을 매우 ‘진지하게’ 다뤘다는 점이다. 즉, 과거에 시리얼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관객과 제작자들 사이의 ‘진지함’에 대한 암묵적인 계약 때문이었던 것이다(제작자들은 황당무계한 플롯을 관객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 믿고 영화를 찍었으며, 관객은 실제로 그렇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런 계약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관객에게나 먹힐 수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레이더스>가 기획됐을 때는 미국에서 이미 이런 형식의 단순한 액션물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60년대 작가주의 이론이 대두된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상업영화에서도 ‘최소한의 어른스러운’ 극적 구성을 갖출 것이 요구되곤 했다. ‘성숙한 영화’에 대한 절대적 숭상이 유행한 이 시기에는 고전 시리얼 형식의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으로 여겨진 것이다. 그러나 루카스는 이미 <스타워즈>로 비슷한 종류의 모험을 감행한 경험이 있었다. 즉, 펠리니의 <아마코드>(1973)가 상영되던 미국 극장에 <스타워즈> 예고편이 나왔을 때 ‘지성인인 척하는’ 관객이 보낸 야유 소리 따위는 그에게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스타워즈>는 다른 의미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원형이 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고전 시리얼 <플래쉬 고든>의 현대판에 해당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인디아나 존스>를 만든 배후에는 다소 개인적인 목적이 있었다. 1977년 하와이에서 최초로 ‘중절모를 쓰고 채찍을 휘두르는’ 영웅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합의했을 때, 두 사람은 각각 <스타워즈>와 <미지와의 조우>의 고된 제작과정을 거친 뒤여서 심신이 매우 지쳐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 <인디아나 존스> 프로젝트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로 여겨졌다. 즉, 두 사람은 스튜디오의 압력과 세간의 시선을 무시하고 <인디아나 존스>를 자신들의 취향대로 만들기로 처음부터 작정했던 것이다. 이것은 특히 스필버그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레이더스> 이전까지 스필버그는 책정된 제작비와 스케줄에 맞춰서 영화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그가 고전 시리얼에나 어울릴 법한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과 빠듯한 제작비에 맞춰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루카스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나도 정해진 스케줄과 비용에 맞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입증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보란 듯 루카스와의 약속을 지켰다. <레이더스>의 촬영은 예정된 스케줄보다 무려 12일이나 앞서 마무리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분의 양은 계획된 것보다 훨씬 많았다. 스필버그가 이후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제일 빨리 찍는 메이저 감독이 된 것은 바로 이 경험 덕분이었다.

루카스는 스필버그에게 졸속 제작된 TV극과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찍어나갈 것을 주문했다. 다시 말해, 스필버그는 ‘정확히’ 30∼40년대의 시리얼과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촬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화의 모든 신은 숨이 넘어갈 듯한 기세로 순식간에 찍혔는데, 오죽 속도가 빨랐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촬영감독 더글러스 슬로콤조차 “하루에 그렇게 많은 양의 신을 완성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것은 이 리얼한 속도감이 영화의 액션신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는 사실이다. 논스톱 액션신의 리얼한 속도감이 자아내는 서스펜스는 바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동시대의 다른 액션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스필버그는 시리즈의 제작 때마다 이 속도감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려 했는데, 급기야 <운명의 사원> 제작 때 그는 스피드감이 너무 강조됐다고 느낀 나머지 편집 과정에서 정적인 숏을 삽입해 영화의 진행속도를 일부러 늦추는 해프닝을 벌이기까지 했다.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속도감과 더불어 영화의 리얼리티 확립에 크게 기여한 것은 바로 액션신의 제작 방식이었다. <인디아나 존스>의 모든 액션신은 시리얼처럼 ‘현장에서 실제 스턴트맨의 연기’를 통해 찍혔다. 여기에는 어떠한 잔재주도, 눈속임도 존재하지 않으며, 존스의 모든 액션은 철저하게 ‘실제 배우가 구현 가능한’ 물리학의 법칙 내에서 구현됐다. 이것은 과장되고 양식화된 다른 상업영화의 액션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특장점이다. 특히 과도한 CGI 및 스타일화된 액션신으로 정의되는 최근 액션물과 비교해보면 <인디아나 존스>의 구닥다리 액션신이 어째서 그토록 리얼하게 느껴지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최근의 액션물 중 <인디아나 존스>의 명맥을 이을 만한 순수 리얼 액션신을 선보인 작품은 <> 시리즈 2, 3편밖에 없다). 심지어 디지털 시대의 산물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도 이 전통은 그대로 이어졌다(이 영화의 액션신 역시 블루 스크린을 최대한 배제한 채 실제 세트에서 ‘진짜 스턴트맨’의 연기를 통해 찍혔다. CGI는 액션신의 리얼한 아날로그감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보조도구로만 활용됐다).

이와 더불어, 스필버그는 시리얼에 대한 오마주의 최종 단계로 영화에 ‘다소 거칠고 투박한’ 질감을 덧입히기도 했다. 당장 영화 타이틀의 글자 폰트부터 고전 시리얼의 투박한 타이틀 폰트를 연상시키도록 디자인됐으며, 촬영감독 슬로콤은 모든 신에 시리얼의 독특한 영상질감을 가미했다. 시리즈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다큐멘터리적 느낌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그런데 이런 B급영화적 요소들과 졸속(?) 제작과정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경이적인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는 “A급 스탭들이 만든 B급영화”이기 때문이다. 즉, <인디>는 루카스와 스필버그에게는 ‘인디’영화였지만, 정작 그것을 만든 스탭들은 영화사상 최고의 역량을 지닌 이들이었다는 말이다. 이는 간단하게 수치로 입증될 수 있다: <레이더스> 이후 시리즈의 핵심 스탭들은 자그마치 117차례나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됐고, 그중 29차례나 트로피를 가져갔다!

아날로그 활극의 재현

제임스 본드, 한 솔로, T. E. 로렌스, 로빈 후드, 조로, 플래쉬 고든, 그리고 릭 블레인. 이상은 존스에 영향을 준 것으로 일컬어지는 인기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존스는 고전적인 영웅의 요소를 갖춘 동시에 인간적인 약점까지 지닌 매우 현실적인 인물이다. 존스에게 중요한 것은 맥거핀을 손에 넣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유발하는 모험과 스릴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전적인 영웅과는 달리, 존스의 모험담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쾌감은 그의 영웅으로서의 불완전함과 실수에서 기인한다. 이 때문에 관객은 그를 ‘동경의 대상’을 넘어선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여기고, 그의 모험담을 1인칭 시점으로 만끽하게 된다. 한편으로, 인디의 이중 정체성(해박한 고고학자인 그의 진짜 정체는 ‘도굴꾼’이다)은 지식인들의 스노비즘을 조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시리즈의 폭력성과 인종차별적 측면에 대한 전통적 비판이 상당부분 오해에서 기인했다는 사실과도 궤를 같이한다(<운명의 사원>에서 인도인이 뱀을 산 채로 먹는 신을 두고 많은 비난이 쏟아졌지만, 사실 스필버그의 의도는 이런 비난과는 정반대였다. 이 신의 인도인은 서양인이 인도인의 야만성에 대한 편견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노골적으로 존스 일행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리즈에 가해진 모든 비판이 무마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제국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모험 시리얼의 DNA를 어느 정도 이식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집착해, 그리고 ‘루카스-스필버그 신드롬’이라는 (이제는 너무나 진부해진) 비판에 근거해 시리즈를 본다면 관객은 더 큰 그림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고전 시리얼은 지금까지도 ‘가장 순수한 형태의 모험 이야기’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것의 현대적 각색판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순수한 모험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디아나 존스>의 폭력성 논쟁은 역설적으로 ‘동심을 보호한다’라는 명목으로 판타지-모험물의 개념이 왜곡되고 있는(정말로 순수한 판타지-모험 이야기는 잔인한 장면들이 무더기로 제거된 디즈니식 만화영화의 정반대 개념에 가깝다) 현대영화계에 순수한 모험 이야기의 정체성을 재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아마도 디지털 시대에 등장하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80년대 구닥다리 아날로그 활극이 어째서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액션물들의 모방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안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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