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달까지> 애덤 고프닉/ 즐거운상상 펴냄 파리에 대한 책은 한국에도 많다. 하지만 진짜 파리에 대한 책은 드물다. 한국에 출간된 대부분의 책들은 파리에 대한 짝사랑만을 샤방샤방한 문체와 일러스트로 고해바치는 데 그친다. 하지만 마레 지구의 카페에 매일 들락날락거린다고 해서 파리를 알게 되는 건 아니다. <파리에서 달까지>는 다르다. 이 책은 <뉴요커>의 애덤 고프닉이 95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파리에서 살며 겪은 일들을 술술 풀어놓은 칼럼 모음집이다. “미국인은 파리를 천상의 도시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는 헨리 제임스의 말처럼, 그 역시도 처음엔 파리행 비행기표를 월면행 우주선표 정도로 여겼던 남자였다. 하지만 그가 직접 경험한 파리는 천상의 도시가 아니다. 모두가 톨레랑스를 외치지만 실제 파리는 도무지 톨레랑스를 체화할 수 없을 만큼 갑갑한 관료주의의 수도다. 파리의 우아한 식도락 문화도 이미 런던과 뉴욕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애덤 고프닉은 5년간의 애증어린 경험에 <뉴요커>의 칼럼니스트다운 ‘미국식 위트’를 양념으로 끼얹어 진짜 파리를 고해바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고프릭의 메인 소스 역시나 ‘애정’이라는 거다. 하긴 세상의 그 누가 파리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