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코딜리어로 불러줄래, 앤은 어딘지 낭만적이지 못하거든.” 초록색 지붕집 창가에서 턱을 괴고 상상하길 좋아하던 ‘빨강머리 앤’이 다시 돌아왔다. EBS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빨강머리 앤>을 5월2일부터 다시 방영 중이다. 루시 몽고메리의 소설 <그린 게이블즈의 앤>을 원작으로, <미래소년 코난>을 만든 다카하타 이사오가 제작과 각본을,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을 맡아 1979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국내에선 1986년 KBS에서 첫 방송을 타며 인기를 모았다. 긍정적이고 자의식 강한 고아 소녀가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은 <요술공주 밍키>류의 요정 이야기보다 더 깊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사과나무 꽃이 활짝 핀 길을 ‘기쁨의 하얀길’로 부르며 시적인 감수성을 드러내던 수다쟁이 앤이 이끄는 상상의 세계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소녀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