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이미지들을 오프라인으로 다운로딩했을 때, 그 이미지들이 위치하는 곳은 어디일까. 2008 대안공간 루프 신진작가 공모전 당선으로 개인전을 열게 된 정흥섭 작가는 온/오프 공간, 그리고 가상현실과 현실 사이에 대한 의문에서 고찰을 시작했다. 먼저 작가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다운로드해 이를 A4 용지로 출력하였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전해진 이 이미지들은 가상공간이 제공하는 ‘3차원 아닌 3차원’에서 현실 세계의 2차원으로 환생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출력된 종이를 손으로 뜯고, 뭉치고, 붙여서 온라인에서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 3차원적인 조형물을 만든다. 온/오프 공간에 대한 고민은 이렇듯 시각적 체계에 대한 물음으로도 이어지는데, 그는 일상 속의 물건들을 이용해 다시금 이 부분에 대한 고찰을 확장해 나간다. 책상 위, 신발이 놓인 현관, 주방의 선반 등의 공간을 잡은 사진 속에서 우리는 흰색 물감이 칠해진 물건에 다시 사물의 이미지를 그려 붙인 것을 확인하게 된다. 시각체계에 대한 고정관념, 일상과 현실, 일상과 가상에 대한 인식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