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스타이프에 대해서는 지난 몇년간 좀 애증을 갖고 있었다. 저평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좀 재미없었던 ≪Around the Sun≫ 이후 이 남자가 뭘 하고 있었느냐. 그는 이러저러한 패션쇼의 제일 앞줄에 앉아 나이 어린 스타들이랑 담소를 하는 것으로 소일했고, 영화 프로듀서로서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값비싼 식사를 하러 다녔고, 마크 제이콥스의 신상 캠페인 모델을 했다. 그러나 얼터너티브 록의 선구자가 얼터너티브 패셔니스타가 됐노라 푸념하는 사이 R. E. M의 14번째 앨범 ≪Accelerate≫가 등장했다. 이번 앨범은 확실히 지난 몇년간 R. E. M이 들려준 사운드와 다르다. 초창기의 얼터너티브 사운드로 복귀했다는 뜻이다. U2와 카사비앙 같은 밴드와 동업한 프로듀서 잭나이프 리의 입김이 강렬해진 덕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오버 프로듀싱이 철저하게 배재된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아주 짧고 세다. 앨범 전체가 34분밖에 안 된다. 마지막 곡이 끝나는 순간 아쉬워서 아이포드의 휠을 되돌리게 된다. 처음으로 싱글커트된 곡의 제목은 <Living Well Is the Best Revenge>(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다. 의미심장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