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외우기 힘들었던 것들은 멜로디나 장단을 넣어서, 또는 노래에 담아 외운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잘 외워졌다. 광고도 다르지 않다. “브랜드를 잘 기억하도록 노래로 만들어라!”
장동건이 빈 욕조에 몸을 담그고 노래를 부른다. 천하태평 긍정적인 인생관을 담고 있어 더 매력적인 이 CM송, 일명 ‘되고송’ 은 최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패러디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리더십을 노리고 TV에만 월 70억원이라는 업계 최고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이슈를 만들었던 KTF ‘쇼’에 비해 모호하고 어려웠던 SK텔레콤의 T가 이번 광고로 일단 쉽고 편해졌다. 광고가 히트했는지의 바로미터는 ‘패러디가 활발히 되느냐’인데 그런 점에서 T의 이번 광고는 확실히 떴다.
광고에 사용되는 음악은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광고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면서 흐르는 BGM(Back ground music), 광고 끝부분에 노출되는 브랜드명에 멜로디를 넣어 쉽게 기억시키는 징글(jingle), T의 ‘되고송’처럼 노래가사에 광고 메시지를 담아 광고 전체에 사용하는 CM송(Commercial music)이다. CM송은 그 자체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인 셈이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이 노래들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CM송에 사용하는 음악은 기성곡과 제작곡으로 나뉘는데, 기성곡의 경우 노래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작곡가나 음반사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개사를 하게 된다. 기성곡이야 사람들에게 이미 친근한 노래고 검증된 선호를 가지고 있지만 제작곡의 경우는 당연히 위험 부담을 안고 간다. 그럼에도 광고 제작 자체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곡에 주어지는 기간은 고작 3~4일 정도다. 작곡의 가이드 라인은 당연히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가’다.
CM송 전문가가 직업군으로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차승원이 재미있게 불렀던 “S오일, S오일 좋은 기름이니까”라는 ‘S오일송’은 그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직접 작곡했다고 하고, 임수정이 등장한 현대자동차 i서티의 CM송은 비와 세븐의 음악을 담당했던 가요계의 유명 작곡가가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 상당수의 CM송들은 광고음악을 녹음하는 녹음실 음악감독들이 담당한다. 이들은 광고에 사용되는 BGM을 선정하거나 징글과 CM송을 작곡하고 녹음, 감독하는 일을 한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가사의 현대 W카드 CM송과 SK텔레콤 T의 ‘되고송’은 녹음실 ‘닥터훅’팀(김자현 음악감독)의 작품이다.
노래에 얹는 가사는 카피라이터의 치밀한 의도로 쓰여진다. 멜로디는 기억하는데 의도하는 광고 메시지를 기억 못한다면 CM송이라는 크리에이티브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CM송은 BGM처럼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므로 브랜드 선호를 만드는 데 좀더 효과적인 툴이다. 이성이 아닌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접근이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없이 메시지를 수용하게 된다. 국내 광고계에서 CM송이라는 툴은 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선호되어왔다. 하지만 모든 CM송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광고물량’이 받쳐주어야 한다.
성공한 CM송 광고의 상당수가 전체 TV 광고시장의 상위 10%에 해당하는 월 10억원 이상을 집행했다. CM송은 단숨에 잡아끄는 주목도가 높다기보다는 반복에 따른 학습효과에 기대게 된다. 초기 주목도는 크지 않지만 반복학습 효과로 셰도 이펙트(그림자처럼 장기간 유지되는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지금도 우리는 새우깡 CM송을 흥얼거릴 수 있지 않는가.
최근 CM송들은 이런 CM송의 단점, 즉 여러 번 들어야 한다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대형 모델을 기용해 초기 주목도까지 노린다. ‘김태희가 노래한다’, ‘장동건이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이슈고, 그들의 노래는 대형 모델의 이미지와 겹쳐져 더욱 기꺼이 기억하게 된다. 대형 모델과 상당한 물량 공세가 결합하는 최근 CM송들은 새우깡 CM송에 비하면 꽤 비싼 창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