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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청소년 드라마는 살아남아야 한다
김미영 2008-05-01

5월7일 KBS1에서 방영되는 청소년 리얼리티 드라마 <정글피쉬>

KBS2 <드라마시티>의 폐지에 앞서 슬며시 사라진 드라마 장르가 있다. 바로 청소년 드라마다. 지난해 KBS2 <최강 울엄마>와 SBS <달려라 고등어>를 끝으로 청소년 드라마는 맥이 끊겼다. 드라마의 성격과 방송시간대에 견주어 시청 타깃층이 모호하고,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였다. 청소년 드라마는 표면적으로 고아라, 하지원 등 신인 연기자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지만 내용적으로도 가치가 충분했다. 가출·왕따·자살·동성애 등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그들의 시선으로 풀어내 세대간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는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지원으로 단막극 형식으로나마 청소년 드라마가 제작돼 가뭄 끝 단비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다문화가정과 왕따를 소재로 방영한 MBC <나도 잘 모르지만>에 이어, 5월7일 KBS1에서도 단막극 <정글피쉬>(시간 미정)가 전파를 탄다.

<정글피쉬>는 2007년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청소년 리얼리티 드라마다. 사실적인 소재에 블로그를 활용하고 다큐적인 기법을 도입해 방영 전 열린 기자시사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줄거리와 짜임새도 탄탄하다.

일상생활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꾸민 주인공 재타의 블로그 ‘정글피쉬’는 또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이들은 재타의 블로그를 광장으로 삼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느 날 재타의 학교에서 시험지 유출로 인한 성적 조작사건이 발생하고 아이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과외선생님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시험문제를 미리 보게 된 은수, 동희는 안절부절 괴로워한다. 재타의 블로그도 덩달아 들썩인다. 재타와 같은 반 친구인 영삼이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을 탐문수사하기 시작한다.

드라마 제목이자 제타의 블로그 이름인 ‘정글피쉬’는 바다에 살다가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정글에 떨어진 물고기를 말한다. 드라마에선 아이도 어른도 아닌 경계의 시기에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정글(현실)에서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을 은유한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과욕으로 죄인이 된 아이들은 바다(미래)로 가기 위해 정글에서 발버둥치며 힘들어한다. 실제 시험지 유출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사법처리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아이들이 겪을 정신적인 고통에 무심했던 사회적 관심을 반성이라도 하듯, 드라마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시험지 유출사건에 대한 평범한 학생들의 생각을 모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극 중간에 삽입했다. 마치 재타가 거리에 나가 직접 찍은 것처럼 6mm HD카메라로 촬영했다.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돈으로 점수를 사는 현실이 슬프다”, “정글이 어둡고 무섭다”, “친구이기 전에 경쟁자인데 부정행위를 했다면 친한 친구라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드라마를 기획한 KBS 김정환 PD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청소년들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담으려 했다”면서 “정규 편성도 논의 중인데 청소년 드라마가 지속되기 위해선 시청자의 남다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글피쉬>가 정규 편성이 된다면 제작진은 정글피쉬(www.junglefish.co.kr) 사이트를 통해 사실적인 소재를 확보하고 주시청층인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인터랙티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김 PD는 “체육특기생 비리나 0교시 수업, 영어공교육 문제 등 최근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현실에 뿌리를 둔 청소년 드라마를 만들어 그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쪼록 많은 이들이 ‘닥본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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