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노래는… ‘되고송’이다. 그 잘나신 얼굴로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면 근심이 사라진다. 후렴부는 주문처럼 입에서 맴맴 돌고 심지어 개사까지 내 멋대로 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의학적으로 음악치료가 있다던데 혹 이런 효과일까. 장동건이 한 이동통신 CF 광고에서 부른 ‘되고송’은 이상한 힘이 있다.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긍정의 힘을 발산한다. 이 무한 긍정의 에너지가 이번주 마감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정말 이번주는 죽어라 일했다. 제2창간이란 거대한 미션 아래 몇달 전부터 준비해온 개편작업은 씨네리의 시계를 멈추게 할 정도였다. 결국 13년 씨네리 역사에서 가장 많은 분량의 기사를 만들었다. 물론 인력보강 없이(밑줄 쫙. 사장님 보세요~). 취재팀은 원고 쓰느라 허덕이고, 사진팀은 촬영하느라 허덕이고, 디자인팀은 디자인하느라 허덕이고, 이 모든 팀의 중심고리인 편집팀은 편집하느라 허덕이다 각 팀들이 놓친 부분까지 챙기다 죽을 뻔했다.
이럴 때마다 혼자 흥얼거린다. “화딱지 나면 9층 옥상 가면 되고 분통 터지면 편집장한테 하소연하면 되고 그래도 짜증 심해질 때면 초콜릿 단 거 찾아 먹음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여러분도 해보시라. 이거 효과있다. 누군가를 죽도록 씹고 싶다거나 짜증이 극도로 심할 때 특히 권한다. 여러 명과 함께 부르면 더더욱 좋고. 혹 약효가 의심된다면 인터넷에서 미리 확인도 가능하다. 노총각 버전, 노처녀 버전, 백수 버전, 데스노트 버전, 학교생활 버전, 직장인 버전 등 별의별 패러디물이 배꼽을 뺀다. 얼마 전에는 TV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재벌송’까지 등장했다. 어떻게 만드냐고 단 1초도 고민하지 마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아니 실제로 흥얼거려본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나만의 ‘되고송’을 만들 수 있다. 그냥 내 맘 내키는 대로 가사 짓고 멜로디에 맞춰 부르기만 하면 된다. 그게 바로 ‘되고송’이 수년 전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란 내용의 모 카드 CM송 히트 이후 국민송으로 등극하고 있는 인기 비결이다.
물론 이번에도 우리는 또 한번 영리한 마케팅술에 놀아나고 있는 거다.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떠냐. 멋진 배우 얼굴 보며 한번 웃고, 나만의 속풀이 방법 발견에 두번 웃으면 됐지. 그렇다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흐르기만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세상사 생각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건 요즘 유치원생들도 안다. 살다보면 내 힘만으론 벅찰 때가 많지 않나. 그렇다고 눈살 찌푸리며 살 순 없고. 그럴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긍정의 힘’ 아닐까.
오늘도 나는 ‘되고송’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받고 마감을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수요일 밤, 마감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 이번에도 무사히 끝날 것이고, 최종 결과는 멋진 개편호로 <씨네21>이 다시 태어날 것임을 감히 장담한다. 그래서 또 만들었다. 씨네리 독자들을 위한 ‘씨네리송’. 그냥 읽지 말고 멜로디를 떠올리면서 꼭 불러보시길.
♪ 유행 모르면 흉내내면 되고 인터넷 뒤져 정보 쌓으면 되고 그래도 지식 다 안 채워지면 <씨네21> 사서 보면 되고 3천원이면 해결 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