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여서 그런가. 아직은 뭐. 상처를 주신 분도 없고. (웃음)” 인터뷰 전날 <가루지기> 기자시사회가 열린 터라, 여기저기서 단소리, 쓴소리 듣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아니란다. 다만 한마디 덧붙인다. “‘쉬운 배역 맡아서 편하게 연기했네’라는 말 들으면 섭섭할 것 같아요.” 사실 <가루지기>의 달갱이는 거저먹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대사가 별로 없으니까 더 힘들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걸 하나 잃은 셈이니까.” 대사는 없는 대신 노출은 많다. 신인 김신아(21)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끙끙 앓았어요. 울다가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고. (웃음) 물론 현장에서야 안 울었죠. 선배들이나 스탭들이 다 큰 애가 투정부린다고 하실 것 같아서요.” 변강쇠와 ‘기막힌’ 동거를 하게 되는 달갱이는 정신이 온전치는 않지만 마을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만한 외모의 소유자. “가슴에 쌓인 게 많아 열이 많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노출이 많은” 달갱이는 외나무 다리에서, 그리고 개울가에서 고난이도의 동작으로 변강쇠(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다니는 김신아는 부상 때문에 접어야 했지만 고등학생 때까지 “허공에 존재를 새기고픈” 무용수가 꿈이었다. 우아한 스탭으로 변강쇠 형제를 삼진아웃으로 돌려세우는 외나무 다리 장면은 과거의 이력을 보여주는 장면. “연기 경험이 전무한 까닭에” 오디션을 거친 뒤에도 한달 넘게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했고, “잘할 수 있겠어?”라는 의심의 시선을 견뎌낸 뒤에서야 여주인공 역을 따냈다고. 매니저가 없으니 촬영장에 가려면, 여행용 가방 들고 낑낑대며 고속버스를 타야 하는 등의 수고는 “감당할 수 없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엽기 캐릭터를 맡고 싶고, “내털리 포트먼의 눈빛을 갖고 싶고” 등의 욕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름은 배우 하겠다고 새로 지은 건 아니고. 아팠을 때 엄마가 건강하게 살라고 작명소에서 받아오신 이름이에요.” 홀로 서겠다고 나섰으니 누구에게 의지하겠나. 이름처럼 자신(我)을 믿는(信) 수밖에.
[김신아]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야죠
<가루지기>의 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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