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시네마천국>을 만들었다. 2007년에는 인터뷰집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을 번역했다. 그리고 2008년 3부작 다큐멘터리 <성장통>을 완성했다. EBS 김현우 PD의 다큐멘터리 입봉작이다. 근근이 이어왔던 영화와의 인연 때문일까, 인적 드문 길을 엿보는 눈썰미가 꽤나 당차다. 내레이션이나 설명 크레딧을 배제한 채 인터뷰와 인터뷰이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자막만으로 이루어진 영상에세이 형식이 남다르고, 중학교 1학년생부터 91살 노파까지 총 90명을 넉달에 걸쳐 인터뷰하여 얻어낸 30분짜리 테이프 600개는 묵직하다.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성장한다. 개인의 아픔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김현우 PD가 내내 되뇌었다는 <성장통>의 주제는 또 어떤가. 인생과 사회를 돌아본다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의 속내는 그러나 담담한 진심과 세심한 배려가 촘촘히 얽혀 따스하다. 1부 <만남>은 20대 후반부터 40대에 걸친 이들이 반려자를 만나고 헤어지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2부 <나이>는 65살 이상 노인들이 여전히 아프게 세상을 배우는 황혼기의 성장을 말한다. 3부인 <꿈>은 10대로 돌아가 꿈과 학교와 어른되기를 들여다본다. 방영을 보름 정도 앞두고, 100여개에 달할 듯 보이는 테이프가 빼곡한 편집실에서 만난 김현우 PD는 테이프에 적힌 이름만으로도 각각에 얽힌 성장통을 기억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성인 남자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인터뷰 도중 뛰쳐나간 10대 소녀,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호흡이 가빠져 인터뷰를 중단해야 했던 할머니, 25년간 격투기 유망주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이혼하지 않은 이유를 구구절절 풀어내던 중년 여성…. 인터뷰에 얽힌 극적인 돌발상황을 전하던 그는 ‘타인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말할 수 없는 것을 괄호에 담아 덤덤하게 전하려는 조심스런 포부는 오는 4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밤 11시10분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현우] 3일간 잔잔한 다큐에 빠져보시길
김현우 PD, EBS에서 4월28일부터 방영하는 3부작 다큐 <성장통> 완성
1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