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Blur)의 데이먼 알반과 짜고 고스톱을 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1998년 데인저 마우스(본명 브라이언 버튼)가 알반과 의기투합해 만든 밴드 ‘고릴라즈’. 그들이 만들어낸 (그것은 록도 힙합도 일렉트로니카도 덥도 아니었지만 편의상 용어를 정하자면) 얼터힙합 사운드를 접하는 순간 눈앞에서 번개를 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스튜디오 앨범이라곤 ≪Tomorrow Comes Today≫를 포함해 고작 3개에 불과했지만 알반과 데인저 마우스의 조화는 그야말로 재치만점 21세기 하이브리드의 극치였다.
2006년. 미국 팝신에 날스 바클리라는 또 하나의 괴물이 등장했다. 그것은 데인저 마우스와 토머스 캘러웨이의 프로젝트 듀오. 토머스 캘러웨이는 애틀랜타를 기반으로 한 힙합그룹 구디 몹(Goodie Mob) 출신이다. 현재 미국 남부 랩의 주류 장르인 ‘더티 사우스’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그룹이기도 한데, 그 더러운 입으로 데인저 마우스와 함께한 날스 바클리의 1집 ≪St. Elsewhere≫는 기름칠 잔뜩 한 카니예 웨스트와는 또 다른 타입의 빈티지 레트로 펑크·힙합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샘플링과 재창조의 귀재가 존재함을 입증했다. 이 정도면 날스 바클리의 2집 ≪The Odd Couple≫에 대한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고 믿는다. 60년대 팝사운드를 제대로 벤치마킹한 <Surprise>만 들어보아도 이만큼 가난하게 보이면서 뻔뻔하고도 지적인 복고 사운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