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페어 레이디>를 떠올리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리타 길들이기>는 거칠긴 해도 생기발랄한 매력의 여자가 지적인 신사를 만나 교양있는 숙녀로 변해간다는, 익숙한 줄거리를 따른다 싶더니, 꽤 따끔하게 뒤통수를 치는 연극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식의 이야기에 진저리치던 관객에겐 작지만 환영할 만한 반전일 듯 보인다. 26살 주부 리타. 삶을 고뇌할라치면 새 옷이나 한벌 장만하고 얼른 잊곤 했던 그녀는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어 개방대학에 입학한다. 강의 첫날. 수업 따윈 대충 끝내고 술 한잔 걸치기를 고대하던 문학교수 프랭크는 리타의 열정에 감복하고, 그녀를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마저 느낀다. <리타 길들이기>의 원제는 ‘Educating Rita’. 진정한 앎이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는 이 연극은 리타의 미래를 결론짓기 주저한다. 외려 외길이던 그녀의 삶을, 자유분방하게 열어놓는 쪽을 택한다. 물론 그녀의 선택이 단순히 어떤 남자와 함께하느냐에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지만. <셜리 발렌타인>의 극작가 윌리 러셀이 원작을 썼다. 2002년 러셀은 일부 대사를 수정한 개작판을 다시 썼는데, 17년 전 같은 배역으로 호흡을 맞춘 최화정-윤주상이 원작판을, 이승비-박용수가 개작판을 연기한다. 등장인물이라곤 단 2명. 몇번의 암전을 제외하곤 숨돌릴 틈 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공연인 만큼 그 에너지를 눈앞에서 느낄 수 있는 게 매력. 내적인 변화에 맞춰 달라지는 리타의 의상 역시 훌륭한 눈요깃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