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의 매그넘은 고유명사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이 1947년 뉴욕에서 만나 도원결의를 맺었던 것도 단지 자신들의 서명이 새겨진 사진을 좀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에이전시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은 언제부턴가 보통명사로 쓰인다. 삶과 죽음의 최전선에서 자신을 온전히 노출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필름에 거둬들였던 매그넘은 치열한 정신과 동의어이기도 하다. 4월15일부터 5월12일까지 열리는 <매그넘 시네마 전주 특별전>은 이브 아놀드, 질 페레스, 필립 할스만, 유진 스미스, 엘리엇 어윗 등 전설의 이름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그렇다고 잔뜩 눈에 힘주고 마음 다잡을 필요는 없다. 전장을 수시로 넘나드는 매그넘이지만, 그들에게도 긴장을 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영화의 마술’이라는 주제로 묶인 이번 전시에 부제를 단다면, ‘매그넘의 휴식’이 적당할 것이다. 다만 휴식 중에도 그들은 카메라를 놓지 않았을 뿐이다. 황량한 네바다 사막에서 혼자 생각에 빠져 있는 마릴린 먼로,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인터뷰 중인 유세프 샤힌, 어린 엄마가 늙은 자신을 낳았다고 주장하는 마틴 스코시즈 등 80여 장의 사진들은 관객뿐 아니라 매그넘의 다른 동료들에게도 편안한 위안을 선사했을 것이 분명하다. 굳이 베스트를 꼽으라면, 칸영화제에서 <탐정> 상영시 영사가 제대로 안 됐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장 뤽 고다르의 실루엣. 7월에 <한겨레>와 매그넘이 함께 개최하는 대규모 전시 <Present Korea>에 앞서 맛보기로는 더없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