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스(The Kooks)의 새 앨범에 기대를 걸 이유는 애당초 없었다. 지난 몇년간 영국 록계를 휩쓸어온 뉴록(new rock) 열풍에서 진정으로 건져낼 만한 대어가 몇이나 있었던가. 리버틴스(The Libertines)의 뒤를 잇겠노라 튀어나온 젊은 영국 밴드 중 평자와 군중을 모두 함께 만족시킨 건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 정도가 유일했다. 조금 더 삐딱해져보자. 사실 악틱 멍키스의 인기도 오랜만의 자국산 재능을 띄워보려는 영국 록 저널리즘의 광기어린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도 악틱 멍키스 정도면 그런 지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니 넘어가자. 살랑살랑한 쿡스의 데뷔앨범 <Inside In/Inside Out>은 그럴 자격까지는 별로 없었다. 쿡스의 멤버들 스스로 인정하지만 그건 솔직히 ‘소녀팬들을 위한 록’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뉴록도 좀 시들하다. 쿡스는 변했는가. 아니. 대신 그들은 더 스타일리시해졌다. 첫 싱글로 커트된 <Always Where I Need To Be>를 들으면 딱 감이 온다. 이전 히트곡들처럼(혹은 ‘보다’) 귀에 착착 감기는 훅을 무기로 댄서블한 리듬을 타고 달려가는 이 곡은 오로지 즐거우라고 만든 곡이다. 쿡스에게는 악틱 멍키스 같은 야심이 없다. 카이저 치프 같은 ‘젠체’도 없다. 얘들은 록이 만날 심각한 건 아니라고 노래한다. 갑자기 삐딱한 마음을 거두고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다. 이거면 됐지 뭘.